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후진국
보도일자 2003-03-24
보도기관 서울경제
오래 전 업무 때문에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식일정을 마친 후 틈을 내 일행과 함께 주변관광에 나섰다. 관광버스 안내를 맡았던 사람은 우리말에 능통한 젊은 여자였다.
관광지식, 예절, 통솔력 등 나무랄 데 없는 전문가적 자세와 철저한 직업의식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동했다. 물어본 즉 그 안내원은 한국에서 지방의 전문대학을 졸업한 직후 일본에 건너온 지 3년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은 일본인 관광안내원과 비교해서 특별히 나은 것이 없다고도 했다.
이번에는 어느 후진국을 여행하게 됐다. 안내원은 그 나라에 정착한지 이미 십 수년이 지났고 관광회사 외에도 몇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관계 고위층과의 친분을 자랑했고 그런 친분을 바탕으로 거액의 이권을 챙겼다고도 했다. 그러나 막상 관광안내원으로서의 역할은 사장의 신분임에도 불구 대단히 미숙했다.
우리 건설업은 외국에서는 매우 높은 명망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의 건설업이 해외에서 수주했던 공사 중에는 교량, 항만, 대수로, 신도시, 초고층 건축물, 공장 등 없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규모나 품질로 보아 세계최고를 기록했던 공사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업이 그다지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자주 일어나서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기까지 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일본, 또 다른 후진국의 관광안내원은 원래부터 자질이 달라서 업무수행에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해외공사에 참여하는 우리의 건설인력은 국내공사에 투입되는 인력과는 차별화 된 별도의 집단이어서 그럴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들은 모두 보통의 한국인이다. 다만 일하고 있는 사회가 다를 뿐이다. 이들은 그들이 소속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 진입을 열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공학, 정보산업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을 개혁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첨단산업이 발전된다 한들 대충 대충이 통하고, 책임구분이 모호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선진사회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오랜 기간 관통하여 왔던 후진국적 사회풍토, 이것을 쇄신하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관광지식, 예절, 통솔력 등 나무랄 데 없는 전문가적 자세와 철저한 직업의식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동했다. 물어본 즉 그 안내원은 한국에서 지방의 전문대학을 졸업한 직후 일본에 건너온 지 3년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은 일본인 관광안내원과 비교해서 특별히 나은 것이 없다고도 했다.
이번에는 어느 후진국을 여행하게 됐다. 안내원은 그 나라에 정착한지 이미 십 수년이 지났고 관광회사 외에도 몇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관계 고위층과의 친분을 자랑했고 그런 친분을 바탕으로 거액의 이권을 챙겼다고도 했다. 그러나 막상 관광안내원으로서의 역할은 사장의 신분임에도 불구 대단히 미숙했다.
우리 건설업은 외국에서는 매우 높은 명망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의 건설업이 해외에서 수주했던 공사 중에는 교량, 항만, 대수로, 신도시, 초고층 건축물, 공장 등 없는 것이 없다. 그리고 규모나 품질로 보아 세계최고를 기록했던 공사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업이 그다지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자주 일어나서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기까지 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일본, 또 다른 후진국의 관광안내원은 원래부터 자질이 달라서 업무수행에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해외공사에 참여하는 우리의 건설인력은 국내공사에 투입되는 인력과는 차별화 된 별도의 집단이어서 그럴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들은 모두 보통의 한국인이다. 다만 일하고 있는 사회가 다를 뿐이다. 이들은 그들이 소속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 진입을 열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공학, 정보산업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을 개혁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첨단산업이 발전된다 한들 대충 대충이 통하고, 책임구분이 모호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선진사회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오랜 기간 관통하여 왔던 후진국적 사회풍토, 이것을 쇄신하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