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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실효성 있는 ‘비전2030’을 만들자

보도일자 2020-01-13

보도기관 헤럴드경제

2020년에도 ‘비전2030’이나 ‘비전2040’처럼 10년 내지 20년 뒤를 조망한 기업과 산업의 미래상을 흔히 보게 될 것 같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비전2020’이란 이름이 붙은 기업과 산업의 미래상이 차고 넘쳤다.

새롭게 중장기 비전을 만들기에 앞서 ‘비전2020’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왜 달성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반성부터 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왜 필요한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중장기 비전이나 미래 전략을 아예 만들지 않는 글로벌 기업도 대단히 많다. 사실 10년이나 20년 뒤의 미래는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한 해 한 해의 경제성장률조차 제대로 못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중장기 전망보다는 조직을 ‘민첩하게(agile)’ 만들어서 대응하거나, 있을 법한 다수의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응력을 높이고자 한다.

이는 사실상 중장기 비전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계획해서 만드는 것이다. 만들고자 하는 미래를 계획한다면 ‘비전2030’은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비전2030’을 만들고자 한다면 실제 10년간 이끌어갈 주체가 참여해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정부 주도의 중장기 계획이 많다. 건설산업도 그렇다. 이런 계획들은 대개 5년 단위인데, 법령에 근거한 법정 계획이다.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지만 법정 계획인 만큼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정부의 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말미암아 5년간 한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례를 보기 어렵다. 만든 사람 따로, 실행하는 사람 따로, 평가하는 사람 따로인 구조다.

게다가 정권도 5년 단위로 바뀐다. 5년이 아니라 10년 뒤의 미래 비전을 수립해서 실행하고자 한다면 정권과 관계없는 중립적인 위치의 민간 전문가나 기업이 주도하되, 정부 공무원이 참여해서 지원하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만든 장기 비전이 있다. 2009년에 만들어진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이 그렇다. 이것은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시의 국토해양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만들었다. 민관합동으로 장기 비전을 만들었어도 민간이 배제된 상태에서 정부가 실행하고 사후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은 최소 10∼20년간 지속적으로 선진화 작업을 추진할 상설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해에 ‘건설산업 비전2030’을 새로 만들고자 한다면, 담아야 할 새로운 내용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을 건설산업이 수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건설사업의 기획-설계-시공-운영 및 유지관리 전반에 걸쳐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을 이뤄야 한다. 전통적인 현장시공 방식의 생산체계를 대신해 공장제작 및 조립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스마트 시티 건설과 수출은 물론 교통, 물, 전기 등의 인프라도 스마트 인프라로 건설해야 한다. 건설기능인력의 부족과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건설현장의 자동화도 추진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도 정비해야 한다.

이제 2020년을 맞아 장기 비전을 수립한다면 10년 전과 차별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 비전은 말잔치에 불과하다. 실효성을 염두에 둔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장기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수립된 장기 비전의 실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면서 이끌어 나갈 상설조직도 필요하다.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