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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인지상정(人之常情)과 냉정(冷靜) 사이

보도일자 2020-02-04

보도기관 건설경제

흔히 우한폐렴이라고 알려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원인 및 경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바가 없다. 다만, 주로 호흡기로 전염되며 중국 우한에 거주하였거나 거주한 사람들이 감염의 주요 매개체이고 증상이 없어도 병원균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정도만 밝혀졌을 뿐이다.

병원균에 대한 무지와 함께 2차 및 3차 감염 및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 예방을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뿐이며, 치료를 위한 백신을 보급받기 위해서는 1년 가까이 더 기다려야 한다니 깊어진 정부의 재난(災難)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렇듯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및 예방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발표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중국인 및 중국 방문자들에 쏠리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몇몇 국가의 예를 들며 중국인의 한국 입국 금지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불안감은 기피를 넘어 공포(Phobia)로까지 번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계 경제와 같이 호흡하며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중국인의 입국 금지 문제 해답의 제시에는 타국보다 깊은 고뇌(苦惱)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달한다. 이 수출액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체의 25%에 이른다. 이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할 경우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및 수입 규모는 각각 5423억달러와 5032억달러에 달하였으며 이를 통해 약 391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이루었다. 비록 2017년(952억달러) 및 2018년(697억달러)과 비교해서는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약 46조원(1$:1,180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무역수지 흑자는 국민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는 근간이 되며 국민의 복지 증대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교육 및 투자 등에 쓰이게 된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돈을 벌고 있으며 어느 나라에는 손해를 보고 있을까? 국가별로 살펴보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역국은 자그마치 252개국에 이른다. 그중 무역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국은 160개국이며 적자국 또한 92개국에 이른다. 무역 흑자국은 홍콩(301억달러), 중국(290억달러), 베트남(271억달러), 미국(115억달러), 인도(95억달러) 순이며 적자국은 일본(19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181억달러), 호주(127억달러), 카타르(127억달러), 독일(113억달러), 쿠웨이트(98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중국으로부터의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나라 무역 최대 적자국인 일본과 쿠웨이트에 대한 무역적자를 상쇄하는 규모이다. 또한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의 82.6%를 중국으로 재수출하는(2017년) 대중국 우회 수출 지역으로 제한된 홍콩의 역할을 고려하면 중국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전체 무역수지에서 매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흑자 대상국인 것이다. 참고로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 및 수입액의 25.1% 및 21.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은 국민의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소비와 국가 간 교역량의 감소로 이어지고 우리나라의 수출 및 무역수지 흑자 감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의 무역 및 중국으로부터의 무역수지 흑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거리를 이어 나가는 나라이다.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 등의 조치는 중국 정부와 중국인의 반한 감정을 일으킬 요인이 되며 이는 우리 상품의 중국 시장 판매에 나쁜 영향을 주고 결국 무역수지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이렇다 할 관리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 스스로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바이러스 발원의 원인인 중국인과의 접촉을 터부시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은 우리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요인이며,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흑자는 기업 먹거리의 원천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냉정(冷靜)한 판단과 신중함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