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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건물 임대차에 대해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최근 법의 개정 추이를 살펴보면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의 경제적 안정을 보호할 목적으로 공정하게 개정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임차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임대인을 우리 사회의 경제적 강자로 보며 무위험 자본을 활용해 무노동을 통해 임차인에게서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는 일부 여당 의원과 정부의 시각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다. 그중에는 수익 창출을 위해 타인에게 상가 및 건물을 빌려 사업을 하는 임차인도 있고 임차인에게 상가를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임대인도 있다. 상가의 점유 형태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타인의 자산(임차인은 상가를 빌리고 임대인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상가를 매입한다)을 빌리고 거기에 본인의 자본과 노동을 추가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은 같은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며 그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적절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렇게 마련된 세금이 국가 운영의 기틀인 조세의 큰 바탕 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임차인과 임대인은 모두 국가를 이루는 바탕이며 국가를 운영케 하는 큰 재원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ㆍ경제적 필요로 인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법률이 개정될 때에는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공정하고 균형된 법률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14일 국회에 제출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법률 개정의 목적이 임차인과 임대인의 균형된 이익의 조정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좀 더 살펴보자. 지난 9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이유로 임대인은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 요구와 월세 연체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했다. 노후에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상가에 투자한 고령층과 은행 대출을 받아 상가를 산 임대인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2월 중순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 및 집합제한 조치가 취해졌을 때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서는 월세를 전혀 요구할 수 없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서도 월세의 50% 이하만을 요청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고 한다. 모든 임대인이 임차인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있다고 보는 일부 정치인의 편향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법안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법안이라기보다는 임차인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임대인에게 돌려 지금 잠깐의 어려움만 모면하려 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 식의 법안이라는 비난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인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임차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정부와 정치인의 고민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임차인이 겪는 경제적 고통의 짐을 임대인에게만 짊어질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중순 개최된 ‘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公正)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다. 진정 ‘공정’이 정부의 굳은 정책 목표라면 임대인에게만 귀착되는 임차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정부와 정치인이 함께 짊어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