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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나만 옳다는 생각의 위험

보도일자 2021-01-12

보도기관 에너지경재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하던 시점에 건설현장에서 또 추락사고가 발생해 소중한 근로자가 생명을 잃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찬성하는 측에서는 ‘거봐라, 강력한 처벌이 없으니 또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기업의 탓이고, 경영 책임자의 탓이냐’고 눈을 흘긴다. 양쪽 모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생각은 없고 ‘나만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한자리에 모여 왜 다른지를 알 방법이 없다.

시선을 넓혀 보자. 세상 곳곳에서는 지금도 참혹한 전쟁으로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기아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런 현실의 배경에는 내 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옳지도 않다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공존에 대한 무관심이 나만 옳다는 위험한 생각으로 확장되고 이것이 전쟁의 이유가 되고 굶주림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너무 과장된 생각이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생각’은 필자를 포함해 우리가 모두 할 수 있고, 이 순간에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디서든 누군가 이런 생각에 동조하게 되면 패거리가 만들어지고 그 패거리는 다수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 이런 생각과 사람이 많아지면 산업이든 조직이든 발전하기 어렵고 장래는 암울해진다.

건설산업은 옥외현장에서 다수의 인력이 모여 시설물을 생산하다 보니 공장에서 자동화된 기계를 이용하는 산업에 비해 안전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런 산업의 태생적 한계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신중론의 근거 중 하나로 본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보면 이런 주장이 다른 시각에서는 변명으로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 특성에 따른 취약성이나 한계가 있다면 타 산업보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함이 마땅한데 과연 건설산업이 그 책임과 역할을 다했는지 묻게 된다. 노력하고 있으니 달라질 거라고 지켜봐 달라고 하는 건 다름에 대한 인정 요구가 아니라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그동안 안전을 위해 했던 노력을 인정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스스로 노력해도 안 되니 벌을 더 크게 주면 무서워서라도 잘할 거라고 주장하는 건 나의 욕구와 한계만을 반영한 것이며, 나만 옳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정한 배경과 맥락이 뒷받침될 때 주장이 타인을 설득할 힘을 얻는 것처럼 안전한 근로 환경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오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편견의 유무를 확인하는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 더는 근로자가 작업 도중에 생명을 잃는 일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누구도 그 취지에 대해서 반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안전한 근로 환경이라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길에 대해서는 산업마다 다른 상황에 있다 보니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로 다른 상황에 대해 경청하고 더 나아가 생각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생략되면 어떤 산업이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기업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끊임없이 잡음이 쏟아지게 된다.

건설산업의 최고가치는 안전이라는 인식 공유를 바탕으로 산업 참여자 모두가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 수 있는지 의견을 모아보자. 내 생각만이 옳고 다른 생각은 틀렸다는 시각이 아니라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