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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산업의 재탄생을 위한 규제와 질서

보도일자 2024-01-08

보도기관 대한경제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이 필요한 이유는 참가하는 모든 선수에게 공정하고 동등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하고 경기의 결과가 선수의 노력과 기술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선수와 관중의 안전 보장, 경기의 원활한 진행, 선수 간 경쟁 촉진, 경기의 긴장감 유발, 경기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의 도입 촉진 등을 위해서도 규칙이 필요하다. 결국, 효율적인 규칙의 활용은 스포츠 산업 활성화의 밑바탕이 된다.

건설산업도 다르지 않다. 건설산업은 기획에서부터 설계, 입찰 및 계약, 시공 및 운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성공적 수행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입찰단계에서는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하며, 시공단계에서는 설계와 기술기준에 부합하는 시공이 이뤄져야 하고, 최종 시설물은 계획된 품질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또한, 건설산업의 규칙은 산업의 지속성장과 혁신 그리고 기업의 투자확대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고 산업의 가치와 위상은 평가절하되며, 규칙은 규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다. 요즘 국내 건설산업을 둘러싼 시선이 그렇다. 크고 작은 품질 및 안전사고의 반복으로 인해 산업의 규칙보다는 징벌적 처벌을 근간으로 하는 규제가 지배적인 형태로 부상하고 있다. 품질과 안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규제가 필요한 건설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최근의 규제 강화는 건설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막고 있는 듯하다.

건설산업은 인프라, 건축, 설비, 조경 등을 통해 국가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근간 산업이자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이다. 건설 사업의 생산과정에서 다양한 참여 주체가 활동함에 따라 주체 간 이해관계의 복잡성이 높고, 국내 전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사회 및 경제적 영향력도 매우 크다. 이와 같은 산업의 역할과 중요성 때문에 건설산업에는 적절한 규제 도입과 활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 설계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규제의 명확한 목적이 정의되어야 한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규제는 실효성이 낮고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며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 또한, 규제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기준, 절차, 벌칙 등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하고 이해관계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렇게 정교하게 설계된 규제라야 기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건설산업에 필요한 규제는 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의 혁신을 견인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건설산업을 향한 정부의 규제 정책은 규제 신설과 강화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주체 간의 이해관계나 상호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나 검토 없이 나열식 규제가 양산되고 있으며, 무분별하게 도입된 규제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최근 규제 신설과 강화의 원인은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 모두에게 있다. 사업의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는 부여받은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이행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모른 척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역할과 책임의 성실한 이행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철저하게 성찰하고 더 나아가 건설산업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건설산업을 위한 최소한의 질서는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미래 사회와 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특히, ‘경계융화’로 정의되는 빅블러의 시대는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그리고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산업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건설산업은 혁신을 넘어 재탄생(Rebirth)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경제 성장의 축으로서 건설산업의 재탄생을 위한 규제와 질서를 함께 설계하고 실천하자. 그래야 국가 경제에 기여하며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