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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과잉입법, 입법영향 분석으로 견제해야

보도일자 2024-01-18

보도기관 에너지경제

현 정부의 경제분야 국정 목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해 기업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줌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개되고 있는 대내외적인 여건은 이러한 경제정책방향의 정상적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출범 초부터 미국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주요국의 경기가 위축되고,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전개되면서 기업 투자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국내 경기 역시 생산과 소비가 동반침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졌다. 특히 가계 및 자영업자 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지난 수년간 유례 없이 확대된 부채는 금리인상과 맞물려 현재 한국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로 민간의 활력을 북돋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가 선정한 규제개혁 혁신법안 146개 중 단 6개만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는 등 관련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오히려 국회에서는 의원입법의 형태로 새로운 규제들이 양산되면서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이번 정부의 실제 경제정책의 모습은 여전히 ‘정부만 미는 경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얼마 전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발간을 기념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입법영향분석은 법률안이나 현행 법률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동안 국회에서 의원주도로 발의되는 입법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질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로 인해 이미 19대 국회에서부터 입법영향분석의 제도화 논의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인 입법권 침해논란으로 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법 개정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임기 종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는 국회의원이 제안한 의원안에 대해 별도의 분석절차가 제도화돼 있지는 않다. 대신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OECD 국가들 대부분이 내각이 입법을 주도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여서, 법률안은 주로 정부안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정부안에 대해서는 통상 사전영향분석과 같은 절차가 마련돼 있어 입법내용에 대한 통제기제가 작동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법안의 대부분이 의원입법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통제장치가 없다. 정부 역시 장관 중점 관심사항 등에 대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의원입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종 이익단체들이 의원입법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로비창구로 활용하면서 법들이 누더기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 규제들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이한 점을 고려할 때 의원입법에 대한 합리적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할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영향분석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전에 비해 좀더 구체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타트업 4곳 중 1곳은 규제를 피해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결국 규제로 점철된 지금이 산업환경을 고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정부가 끌고가야만 하는 지금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규제의 양산 창구가 된 국회의 입법기능을 정상화·합리화하는 것이 돼야 한다.

물론 입법영향분석이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입법과 그 속에 포함된 규제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예측은 기계적인 분석기법이나 절차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관련 분야에 대한 오랜 경험과 관찰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장기간 해당 분야에서 재직하면서 입법과 정책동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또 지금의 입법영향분석은 법안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관련 법률들과의 내용 및 체계 측면에서의 비정합성이나 위헌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불필요한 법률의 생산을 양적 측면에서 제어하는 수단으로는 충분치 않다. 입법영향분석의 도입에 더해 지금의 과잉입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거나 입법영향분석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와 그에 따른 지역소멸,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 중요한 어려움과 모두 맥이 닿아있고, 서로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그 동안 무분별하게 양산한 법과 규제들이 놓여 있다. 입법영향분석이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야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