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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공사비 문제, 정부와 업계가 함께 풀어나가자

보도일자 2024-04-09

보도기관 대한경제

일반적으로 거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서 수요는 ‘양(量)’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성능 등 다양한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공급자는 이러한 수요에 따른 생산 단가를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자재의 수급 조정, 공급 가격의 변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다.

건설사업 역시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사업 과정에서 변동이 일어나는 시장가격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타 산업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건설사업은 건설 단계별로 총사업비관리지침, 표준품셈, 입낙찰제도, 물가변동기준 등에 의해 가격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공공 건설공사비는 기획-설계-발주 과정에서 시장가격보다는 예산의 준수 혹은 절감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하향 조정·관리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족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도 2000년 이전까지 건설업계는 생산성이 높은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건설 물량 등으로 단기적인 가격 상승 환경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사비를 비롯한 연관 규제가 본격화된 2000년대부터 건설기업의 경영환경은 나빠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더해 품질과 안전 규제의 강화, 생산성 저하,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노동환경의 변화, 금리변동,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공사비 부족에 대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현재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근 LH 공사에서 발주한 5008건 공사의 평균 하도급률이 10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건설공사의 원도급자 평균 낙찰률이 80%~90%임을 고려했을 때 원도급 계약 역시 실제 비용이 100%를 넘어섰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공사비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대형공사인 기술형 입찰에서도 공사비 부족 등 사유로 유찰이 급증하고 있다. 민간 공사에서도 높아진 공사비로 인해 발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수행 중인 공사에서는 공사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행히 지난 3월 28일 공사비 문제가 심각했던 기술형 입찰에서의 유찰, 물가 변동, PF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대책발표는 시의적절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아울러 지속해서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합동작업반 운영 계획 역시 긍정적이며, 이를 통해 발전적인 해법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최근의 건설공사비 이슈는 건설 기획에서 시공에 이르는 다양하고 복잡한 제도와 규제로 발생하는 것이기에 근본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공사비를 제대로 산정하기 위한 촘촘한 기준 신설과 현실화가 필요하다. 설계 이전 단계에서는 합리적 예산산정 기준이 없어 최초가격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조속히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단계에서는 시장가격과 괴리가 있는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 등의 정비와 고도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감액 중심의 낙찰제도가 일반화되어 탄력적으로 공사비 변동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낙찰률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추가 비용과 행정업무를 유발하는 입찰안내서 및 계약특수조건상의 발주자 불공정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발주자 편의 위주의 과도한 조항을 자세히 살펴 제거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국민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생활·교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국가적 자산 가치로서 건설 상품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건설공사비를 제대로 산정하고 지급하는 시스템의 구축과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건설업계는 공사비의 가치가 품질·안전 확보와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건설산업은 스마트 건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혁신과 ESG 경영 등 내부 쇄신을 이루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추 산업의 역할을 증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