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한국 건설산업, 과거 영광에서 미래 혁신으로 전환

보도일자 2024-11-19

보도기관 대한경제

외관이 멀쩡한 빌딩 안 곳곳에서 균열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빌딩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 중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균열은 발생한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2023년 정자교 붕괴 사고까지,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보이지 않는 균열들이 쌓여 결국 건물을 무너뜨리듯,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한국 건설산업 역시 과거의 영광 뒤에 감춰진 구조적 문제들이 누적되어 이제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건설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70~198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국가 산업화의 초석을 다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 개발을 통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했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건설 프로젝트는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한, 건설산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을 뿐 아니라, 건설 자재, 설비, 장비 등 연관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의 고도성장 시대는 막을 내리고,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었고, 국내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 인해 인구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요자의 기대 수준도 높아져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품질과 안전, 그리고 건물이 주는 가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속 가능성, 친환경성, 그리고 스마트 기술 적용 등 다양한 요구가 반영된 고도화된 건설 프로젝트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변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건설산업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규제 중심의 법률과 제도, 급등한 공사비, 낮은 수익률, 기술 인력 부족, 품질ㆍ안전 문제와 분절된 생산구조, 상생과 배려가 부족한 갑을문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산업은 생산성 저하에 처해있으며 이른바 4D(힘든ㆍDifficult, 지저분한ㆍDirty, 위험한ㆍDangerous, 거리가 먼ㆍDistance) 업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건설산업의 혁신과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99년 ‘공공사업 효율화 종합대책’에서 2021년 ‘2030 건설산업 비전’까지 총 10차례의 혁신 대책이 수립되었지만, 지속적인 추진력을 갖지 못하여 단기적인 현안 해결에 머물렀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특정 이해관계의 조정에 그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단순한 규제 완화나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위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범 건설산업’ 차원에서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상생과 협업이 가능한 유기적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마련하며, 갑을문화, 승자 독식과 같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규제와 관리 위주의 법령과 제도를 지원과 협력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업은 창의적 아이디어, 혁신적 기술력, 풍부한 자금과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산과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협단체는 ‘범 건설산업’ 차원에서 업역과 공종에 따른 이익을 넘어,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통합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중추 산업으로서, 21세기 건설산업은 시장 친화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된 생산구조를 갖추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을 넘어,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향해가는 전환점을 건설산업이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