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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분양가 원가공개 논란 풀자면

보도일자 2004-02-26

보도기관 국민일보

얼마 전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의 아파트 원가 공개 이후 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와 언론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이에 못지않다. 당사자인 건설업체들의 반대도 있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실제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한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시장경제 체제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점점 확산되고 있는 분양 원가 공개 논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먼저 시민단체들이 분양가 원가 공개를 요구하게 되었던 배경과 분양가 원가 공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재고 주택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서민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가장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분양가 원가 공개를 통해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최근의 분양 가격이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가 공개가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제거해 아파트 가격을 지금보다 하락시킬 것이라는 것에는 다소 의견을 달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만 내려가면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하는가? 그것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미 분양가가 규제되었던 시절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분양자들의 시세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채권입찰제도 시행해 봤다. 그러나 서민들의 구입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였다. 주변의 시세가 분양가 수준만큼 하락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싸게 분양해도 최초 분양받은 자를 제외한 2차 거래부터는 시세차익만큼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주택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최초 분양 가격만을 잡는다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는다. 초과 수요의 시장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둘째,원가 공개는 높은 분양가 수준을 파헤칠 수는 있어도 문제의 해결 방안은 아니다. 실제로 분양 가격을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 가공하는 데는 매우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건설산업이 가지는 특징과 건설사업 프로세스에 기인한다. 또 설사 분양가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이의 적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 시민단체들의 의견처럼 건축비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지비는 그렇지 아니하다. 시행사,지주,재건축 조합 등 다양한 주택건설사업 주체와 연결되어 있어 최종 판매자인 건설업체들만을 가지고 분양가에서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적정 이윤 역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도대체 기업의 적정 이윤의 범위를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 거기다가 기존에 분양받은 사람들의 집단 민원을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 결국 해결할 수 없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셋째,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구분 없이 주택시장에서 공급되는 모든 주택을 원가에 적정 이윤만을 합한 가격으로 공급하라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 아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며 주택건설 사업 역시 기업활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서민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즉 서민들의 주택을 일반 기업에 이윤을 줄여 공급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가 직접 하거나 공기업이 담당할 몫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공공부문이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주택시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든지 아니면 서민들의 주택 구입 능력을 보조해 주는 일이 필요한데 이의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이 가격을 조절하여 서민들의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공공주택시장의 조성이 시급하다.

최근 분양 원가 공개 논란은 분명 주택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주택 공급 제도의 문제,택지 개발 및 공급 제도는 물론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주택 정책에 대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주었다. 그러나 분양가 원가 공개는 현재 주택 문제의 해결 방법은 아니다.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하나씩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