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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토지규제 대전환에 대한 기대

보도일자 2004-02-25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정부가 토지규제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비장한 각오를 천명했다. 경기침체 속에서 부동산가격만 폭등한 지금 만시지탄의 감은 들지만 모처럼 듣는 올바른 정책방향의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토지에 대해 이중삼중의 규제 장치를 설치해 땅이 있어도 그 쓰임새에 맞도록 활용할 수가 없었다. 13개 부처가 112개의 법률을 통해 298가지에 달하는 용도제한을 가하여 각각의 토지당 평균 4.6가지의 용도제한을 받았다고 한다. 지자체의 행정규제중 44%가 주택ㆍ토지관련 규제이다.

용도제한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여 토지 소유자도 자신의 땅에 무슨 규제가 적용되는지 모를 정도였다. 토지이용계획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규제는 고작 30개 정도에 불과하니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정부는 규제 설정만 했지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전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국이 부동산투기로 몸살을 앓는 것은 토지에 대한 수요는 넘치는데 이에 대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짒값이 폭등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자재값이 뛰었기 때문이 아니라 땅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1974년부터 1996년 사이에 도매물가는 평균 4.7배 상승했으나 토지가격은 17.6배나 폭등했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토지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부동산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따라서 지가안정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이 필요하고 이 중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규제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러한 여론에 따라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투기행위를 단속하는 것에 치중해 왔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인식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토지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투기가 발생하는 것은 공급이 부족함에 따라 예상되는 가격 상승률이 평균적인 자본수익율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투기는 토지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수급불균형을 메워주는 자연스런 시장조정 과정인 것이다. 투기가 발생하면 공급을 늘려야 하지 투기를 억제한다고 규제를 강화하면 공급을 축소시켜 오히려 더 큰 투기를 초래할 뿐이다. 때문에 정부가 각종 규제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투기행위를 막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규제정책을 원점에서 철저히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문제인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결정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본다.

첫째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총량적인 접근은 의미가 없다. 수도권에 초과수요가 있으면 수도권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멀리 떨어진 지방의 농지 규제를 풀어봐야 효과가 없다. 따라서 미시적 차원에서의 규제개혁보다는 국토균형개발, 수도권억제 등 거시적 차원에서의 재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문제이다. 정부가 이번에 규제개혁을 천명에 대해 시장은 그 추이를 관찰할 것이다. 최근에 일부 부처에서는 규제강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부처간에 정책혼선은 시장을 교란시켜 불안정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정부 부처간에 정책기조가 조화를 이뤄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그러한 기조가 경기국면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 현재의 경기침체를 탈피하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규제완화가 나온 것이라면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지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셋째, 규제개혁을 하더라도 시장에 대한 정부의 모든 개입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토지이용 및 개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의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세부과 등 제한된 범위에서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러한 개입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부효과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고, 독점적 위치에서 획일적인 규제에 의존하는 중앙정부보다는 지역의 수요특성과 환경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