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돈과 가치관
보도일자 2004-04-02
보도기관 국민일보
얼마 전 서울 용산에서 있었던 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청약 결과는 다음 날 일제히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독차지했다. 청약 응모자가 30만명에 청약 증거금만 7조원에 달했던 것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건’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쏠린 결과로 해석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마땅한 투자처가 마련되지 못하는 가운데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유동자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작금의 사태는 당연히 부동자금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금리 현상이 지속된 지 벌써 3년이 넘어섰고,작년 하반기에도 이미 분양권 전매가 가능했던 주상복합 아파트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 청약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우선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입지적으로 향후 개발이 예정돼 있는 유망 지역이다. 청계천 복원과,미군기지 이전 등 이 지역을 둘러싼 여건은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또 강남에서 이미 입주를 기다리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거래가격이 평당 3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상품은 평당 1600만원에 판매됐으니 누가 보아도 향후 강남 수준만큼의 프리미엄을 기대해 볼 만한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자소득세를 제하고 나면 실제 연 3% 정도의 이자도 제대로 건질 수 없다. 그런데 청약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증거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당첨되면 최소한 원금 이상으로 되팔 수 있는 밑질 것이 없는 ‘원금보존형’ 상품에 누가 참여를 꺼리겠는가?
이번 청약 경쟁률이 360 대 1을 넘었다고는 하나,이는 로또보다도 당첨 확률이 높은 것이다. 또 로또처럼 복잡하게 숫자 조합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경쟁률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 전에 끝난 서울 동시 분양 마감에서 계약이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은 단지와 견주어 볼 때,아직도 주택시장이 얼마나 투기적 수요로 가득한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돈만큼 표류하는 가치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것 같다. 꼬박꼬박 월급을 타서 은행에 저축하는 사람들은 매월 급여의 원천징수도 모자라 낮은 이자에 상당 부분을 또 이자소득세로 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저축하고 싶겠는가? 더욱이 물가가 심상치 않고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 또한 더욱 확대된 듯하다. 이번 청약자의 대다수가 전매를 목적으로 청약에 참여했다는 조사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용산이라는 지역이 향후 개발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매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다. 그만큼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더욱이 지금의 상황은 탄핵정국과 총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유동적인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활개치는 것은 바로 한탕주의다. 어찌 보면 용산 주상복합 아파트의 청약 결과는 총체적인 우리 경제의 현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의 제거부터
일부에서는 10·29대책이 효과가 없다거나,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떤 정부의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어 놓아도 정책의 일관성에 의구심이 생기면 정책은 시장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단 부동산 시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곳곳에서는 불확실성의 증대로 각종 한탕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부동산 문제가 단지 부동산 시장의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임에 더더욱 답답할 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아무쪼록 정치와 경제 모두가 하루속히 제자리를 찾아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할 것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건’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쏠린 결과로 해석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마땅한 투자처가 마련되지 못하는 가운데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유동자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작금의 사태는 당연히 부동자금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금리 현상이 지속된 지 벌써 3년이 넘어섰고,작년 하반기에도 이미 분양권 전매가 가능했던 주상복합 아파트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 청약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우선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입지적으로 향후 개발이 예정돼 있는 유망 지역이다. 청계천 복원과,미군기지 이전 등 이 지역을 둘러싼 여건은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또 강남에서 이미 입주를 기다리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거래가격이 평당 3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상품은 평당 1600만원에 판매됐으니 누가 보아도 향후 강남 수준만큼의 프리미엄을 기대해 볼 만한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자소득세를 제하고 나면 실제 연 3% 정도의 이자도 제대로 건질 수 없다. 그런데 청약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증거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당첨되면 최소한 원금 이상으로 되팔 수 있는 밑질 것이 없는 ‘원금보존형’ 상품에 누가 참여를 꺼리겠는가?
이번 청약 경쟁률이 360 대 1을 넘었다고는 하나,이는 로또보다도 당첨 확률이 높은 것이다. 또 로또처럼 복잡하게 숫자 조합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경쟁률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 전에 끝난 서울 동시 분양 마감에서 계약이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은 단지와 견주어 볼 때,아직도 주택시장이 얼마나 투기적 수요로 가득한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돈만큼 표류하는 가치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것 같다. 꼬박꼬박 월급을 타서 은행에 저축하는 사람들은 매월 급여의 원천징수도 모자라 낮은 이자에 상당 부분을 또 이자소득세로 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저축하고 싶겠는가? 더욱이 물가가 심상치 않고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 또한 더욱 확대된 듯하다. 이번 청약자의 대다수가 전매를 목적으로 청약에 참여했다는 조사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용산이라는 지역이 향후 개발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매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다. 그만큼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더욱이 지금의 상황은 탄핵정국과 총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유동적인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활개치는 것은 바로 한탕주의다. 어찌 보면 용산 주상복합 아파트의 청약 결과는 총체적인 우리 경제의 현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의 제거부터
일부에서는 10·29대책이 효과가 없다거나,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떤 정부의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어 놓아도 정책의 일관성에 의구심이 생기면 정책은 시장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단 부동산 시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곳곳에서는 불확실성의 증대로 각종 한탕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부동산 문제가 단지 부동산 시장의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임에 더더욱 답답할 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아무쪼록 정치와 경제 모두가 하루속히 제자리를 찾아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