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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주택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보도일자 2001-10-29

보도기관 일간건설

뜨거운 여름철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도 전월세파동은 끝나지 않았다. 서민들은 짜증스럽다. 전세값이 치솟았고 그나마 물건 찾기도 쉽지 않다. 겨우 찾은 셋집은 전세 대신 높은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전세대란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을 흔들어서 주택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서민들은 이삿짐을 싸들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매년 겪는 고통이지만 유달리 금년의 고통이 질기고 시린 것은 왜 일까?

IMF 이후 주택공급이 부진하여서 주택부족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핵가족화는 진행되어서 주택수요는 계속 늘었다. 즉 주택의 필요수요는 계속 증가하였다.

반면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서 서민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에 따라 저소득층의 소득이 상승하면서 새로운 구매계층이 생성되었으나 최근의 경제상황은 그렇지 못하였다. 따라서 주택의 구매력을 갖춘 유효수요는 늘지 않았다.

따라서 주택부족이 심화되었지만 공급은 저조하였다. 당연히 저소득층의 전세 월세 수요가 늘고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의 경우 공급된 후 입주까지는 2∼3년이 걸리므로 내년은 금년보다 더 심한 주택부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값은 왜 오르나? 기대수익에 상응하는 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값은 집값 수준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저금리 탓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서 주택시장이 요동을 친 것이다.

파동이 일어나면 으레 응급조치들이 뒤따른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활성화 한답시고 소형주택에 대한 세제지원을 마련하고 동시에 소형주택의 의무규정 부활, 재건축규제 강화 등을 내놓았다. 나라의 정책이 맥이 있어야 할 터인데 왜 이리 성급하고 혼란스러운가? 지금 주택업자들은 갈팡질팡하고 서민들은 가슴을 조린다.

정부는 2003년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를 것이라고 하였다. 과연 그럴까? 2000년 주택센서스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92%이다. 그러나 서울은 고작 62%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전국 가구수의 16%를 차지하는 단독가구는 여기에서 빠져 있다. 따라서 정부의 장담은 통계의 마술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얼마 전 건설산업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와 같이 우리의 주거환경수준은 아직 조사대상 53개국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은 인권이다. 누구나 보금자리를 마련할 거처를 가질 권리가 있다. 따라서 주택정책은 어느 나라건 중요한 테마다. 그러나 우리의 주택정책은 그동안 투자보다 규제로 시장기능을 컨트롤하여 주택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왔다. 까다롭기 짝이 없는 분양제도로 시장을 간섭하거나 때로는 투기자본의 유입을 부추겨 공급을 촉진토록 하는 것이 정책기조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간여는 공공택지의 공급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부문에서만 합리화된다. 우리나라의 토지 사정상 주택을 위한 택지확보는 항상 힘든 과제이며 민간에 맡기면 난개발이 된다. 공공부문에서 ‘계획된 택지’를 원활하게 공급해 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리고 중상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시장은 시장자율에 맡겨야 하나 저소득층의 주택문제에는 정부의 몫이 있다. 주택은 비싼 상품이다. 상품이라기보다 재산이다. 따라서 누구나 웬만한 재산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구입이 불가능하다. 어느 사회 건 절대빈곤층이 있게 마련이다. 하루벌이에 의존해야 하는 빈곤층이나 재산형성이 안된 계층은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다. 금융지원을 해 주어도 갚을 능력이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살 집은 필요하다. 이들은 주택복지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형평형 건축의무비율 부활’은 정부의 몫을 강제로 주택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소형주택의 공급을 촉진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시장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다. 재건축의 경우는 벌써부터 사업포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정책의 오락가락으로 인한 기업이나 서민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가?

결국 재정을 투입하여서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1915년 영국 그리스고에서 바바부인이 이끄는 임대료투쟁 이후 공공주택 정책은 선진국의 주요 복지정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가령 영국, 스웨덴 등 유럽의 신진국은 주택시장의 20∼30% 정도가 공공주택이며 이것은 저렴한 월세로 저소득층에게 대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고작 2.5%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주택시장은 시장원리에 의한 논리와 복지차원의 논리가 조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주택정책은 각종 규제와 제도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 범위에서 기업들이 활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