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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한국건설 대박론의 허상

보도일자 2005-09-02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공공공사 수주를 통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이 때때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국내 공공공사는 수주만 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일 만큼 남는 장사가 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과거 2년 평균 이익률은 3.6%대며 미국 400대 건설업체의 평균 이익률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극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5대산업 가운데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급여가 평균값에도 못미치는 현실은 건설업이 대박을 터뜨리는 황금알 산업이 결코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공공공사를 발주자가 산정한 예정가의 50%에 수주해도 대박을 터뜨릴 만큼 예정가가 높은 것인가.
예정가의 50%에도 공사를 하는 경우가 물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내 도로공사의 예정가격이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 평균 80% 이하 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대박을 터뜨릴 만큼 거품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만일 국내업체들이 50%에도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공사를 완료할 수만 있다면 세계최고 수준의 생산가격 경쟁력을 지녔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가능한 싼 값에 구매할수록 평범한 소비자들은 만족스러워 한다. 그런 사람들도 자기 집을 짓고자 할 경우 무조건 싼 값이 아닌 능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사업자를 선정한 후 주문자의 가격에 품질과 성능을 맞추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품질을 따지기 전에 먼저 호주머니를 생각한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수록 더 추가된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한다. 집과 휴대폰의 가장 큰 차이는 집은 주문에 의해 만들어지고 휴대폰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이다. 완성된 제품은 구입 당시 모든 게 확정되지만 건설공사는 생산 과정에 많은 변수가 내재되어 있다. 다시 말해 건설공사를 무조건 싼값에 구매하는 의미는 값에서는 성공할지 몰라도 품질과 성능 면에서는 손실을 볼 각오가 되어 있을때 가능한 선택이다. 공공공사에서 보통의 발주자들이 최저가낙찰제를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 가격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격만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임에는 틀림없지만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유럽연합이나 영국 등에서는 이미 최저가 낙찰제를 포기했다. 국민들이 입을 수 있는 이익보다 사후 유지관리에서 발생하는 품질 하락과 비용증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건설시장에서도 최저가 낙찰제는 선별적으로 사용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만 유일한 글로벌 스탠더드이기 때문에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편적인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