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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최저가 낙찰제에서 최고 가치 지향

보도일자 2005-11-18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지난 10월 18일 개최된 규제개혁기획단의 공청회에서는 2006년 1/4분기중에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내년에는 유보해 왔던 최저가 낙찰제 확대가 이루어질 것같다.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이 난무하고 있긴 하지만, 입낙찰제도의 개혁이나 혁신방향이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하는 것 밖에 없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입낙찰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최저가 낙찰제였다. 하지만 정부조달협정(GPA)이나 그보다 앞서 제정된 유럽연합지침(EU Directives)에서는 최저가 낙찰제만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발주자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랫동안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해 왔던 미국만 해도 1994년에 FASA (Federal Acquisition Streamlining Act)를 제정하면서부터 조달제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예컨대 미국 연방조달규정(FAR)에서는 “연방조달시스템의 비전은 공공의 신뢰를 확보하고 공공정책의 목표를 수행하면서 수요자에게 가장 가치있는 물품이나 용역(best value product or service)을 제때 조달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최저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공급자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만약 계약불이행이나 조달시기 지연, 혹은 또다른 비용이 수반되는 불만족스러운 성과를 초래한다면, ''거짓 효율성(false economy)''을 낳을 수 있다. 정부조달이 최저 가격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최저 가격을 제시한 공급자만을 낙찰자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건설공사 수월성 달성지침(Achieving Exellence in Construction: Procurement Guide 01: Initiative into action)」에서는 “조달절차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서비스나 시설물의 전체 생애(whole life)에 걸친 총체적인 투자효율성(overall value for money)을 획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운영 및 유지관리도 포함된다. 설계, 시공과 유지관리는 따로 따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설공사의 최저 가격 입찰자가 최고의 투자효율성(best value for money)을 가져오는 일은 드물다. 전체 생애에 걸친 장기적인 비용과 품질(long-term costs and quality)이 투자효율성의 진정한 지표(real indicators)다. 30년 수명의 오피스 빌딩은 일반적인 비용이 시공비가 1이라면 유지관리비는 5가 되고, 폐기시점까지의 운영비용은 200이다. 따라서 초점은 언제나 총생애주기비용에 두어야 한다. 인센티브의 활용은 총생애에 걸친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지적도 덧붙이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1990년대 중반이후 입낙찰제도는 최저가 낙찰제에서 최고 가치(Best Value) 낙찰 지향, 총생애주기비용(whole life cycle costs) 중시, 설계·시공 일괄(디자인빌드) 발주 활성화,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민간기술력 활용 확대 등과 같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건설산업의 기술력을 배양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며, 현행 입낙찰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 해소를 통해 공기, 공사비, 품질 면에서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입낙찰제도의 혁신을 위해서는 비용 개념의 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시공비는 조금 더 들어도 유지관리비가 저렴하여 장기적으로 총생애주기비용이 더 절감된다면, 그것이 더 경제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저가 낙찰제의 저가 낙찰로 인한 부실공사 우려를 불식시키고, 발주자에게 최고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은 입낙찰제도의 선진화와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에 적합한 최고 가치 낙찰방식은 무엇일까? 적어도 지금의 국가계약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낙찰자 선정기준(=충분한 계약이행능력을 가진 최저가격 입찰자)과 일치하고, 최저가 낙찰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란 비판을 받지 않고자 한다면, 미국 연방조달규정(FAR Part 15)에서 제시하고 있는 “최저가격의 기술적으로 수용 가능한 절차(lowest-priced technically acceptable process, LPTA)가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 ‘최고 가치’ 낙찰방식이라고 본다.

최저가 낙찰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저가 낙찰제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어떤 것인지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최저가 낙찰제라고 해서 오로지 입찰가격만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사례는 보기 어렵다. 입찰참가자격에 대해 발주기관이나 보증기관의 엄격한 심사가 뒤따르고, 입찰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도 수반되는 것이 최저가 낙찰제의 글로벌 스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