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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재건축 시장 판도를 바꿀 해법

보도일자 2006-04-12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참여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강화 방침이 매우 확고하다. "부동산 규제가 지금보다 후퇴하는 일은 없다", "과거 경기 상황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던 정책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 등의 굳은 다짐에서는 마치 전투를 앞둔 장수의 결연한 의지마저 느낄 수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개발부담금 부과를 골자로 한 3.30대책에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 바람대로 개발부담금 신설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을 낮추고 나아가 주변 아파트 시세마저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정책 발표로 이어질 때마다 오히려 자극을 받아 집값이 뛰었던 지난 궤적이 학습효과로 우리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이 단순한 규제 대상으로서의 의미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도심지의 주택공급과 상당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신규 택지공급이 거의 바닥인데다 80년대 이후 건설된 아파트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재건축의 역할과 기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재건축 시장은 전체 아파트 건설물량의 36%에 근접해 있으며 서울지역의 경우 2003년에는 전체 아파트의 52%에 달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은 편이다. 향후 2010년을 전후해 노후 주택의 본격적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 재건축 의존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규제의 방망이만 휘두르는 것은 재건축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어놓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면서 개발이익 편중에 따른 투기세력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민간의 ''일괄매수 후 개발 및 분양방식''과 도시개발 관련 법령 내용을 결합시킨 ''일괄매수 재건축'' 방식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동별 소유자 및 의결권 2/3 이상 동의, 전체 소유자 및 의결권 4/5 이상 동의를 바탕으로 시·군·구청장이 재건축 정비구역을 지정해야 한다. 주민은 기존의 재건축 방식 대신 ''일괄매수 재건축'' 방식을 선택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시행자를 선정한다. 주택 분양가격과 기반시설 확보수준 등 입찰참가자가 제시한 내용을 평가해 적격 업체를 정하는 것이다. 신속하고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 시행자에게는 소유권의 2/3 이상 확보를 전제로 잔여분에 대한 수용권을 부여한다. 대신 원주민에게는 재건축 주택 준공시 우선분양권을 부여한다.

일괄매수를 위한 매수대금은 환매채권 발행으로 갈음해 주변 주택구입에 따른 부정적 요소를 방지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정부는 분양에 따른 사업수익 중 일정비율로 개발이익을 환수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현행 용적률, 소형주택의무비율 등 현행 재건축 규제를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일괄매수 재건축''은 현행 재건축 방식 외에 또 다른 선택권을 제시해 교착상태에 빠진 재건축시장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용권 행사는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게하고, 시행자 경쟁입찰은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준공 후 시행자로부터 개발이익을 일괄 환수할 수 있으므로 위헌시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비록 시안(試案)지만 정부나 조합, 그리고 건설업체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도구만 탓하기 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바꿔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