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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보유위주 주택정책 그만

보도일자 2002-03-04

보도기관 서울경제

우리나라의 자가거주비율은 54.2%로 선진국의 50~60%와 별 차이가 없다.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다 자기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가거주비율이 비슷한 데도 집 없는 설움이 사회 문제로 되고 있는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선진국의 경우 공공이나 민간임대주택이 최소한 총 주택의 10%이나 우리나라는 6%에 불과한 것이 한 예이다.

주택가격 상승이 보유욕 고취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 보유에 대한 애착이 크다. 2년 정도의 단기계약에 따른 잦은 이사를 꺼려하는 점도 있지만 그 동안 주택가격 상승으로 보유만 하면 높은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주택보유를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금융조달이나 세제면에서 주택을 임차하는 것보다 보유하는 것이 이래저래 유리하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하는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능력을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미 집을 보유한 사람들의 투기자금 동원에도 기여했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보유자들의 자금능력 확대는 임차인들을 월세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되돌려 주고 이 보다 높은 금리인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월세 이율이 월 0.8%대로 낮아지고 있으나 아직 시중금리의 2배 정도 된다.

재산세, 자원배분과 동 떨어져

주택담보 및 구입자금에 대한 대출금리나 한도가 비교적 넉넉한 반면 임차자금에 대한 시중은행의 금리수준이나 금액한도는 턱없이 인색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누가 더 금융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재산세 등의 세제구조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서울에서도 강남ㆍ북간의 평당 가격이 큰 차가 남에도 불구 재산세의 과표가 되는 신축건물 기준가액은 전국이 거의 동일하다.

분양가격이 99년 이후 16% 올랐는 데 재산세의 과표는 2000년 이후 조금도 인상되지 않았다.

강남의 20평 남짓한 낡은 아파트가 3억원이 넘고 강북의 20평 아파트는 간신히 1억원 정도 하는 데 두 아파트의 재산세는 거의 동일한 것이 현 상황이다.

거기다가 재건축 대상이 되는 10평대의 아파트는 억대의 가격임에도 경과연수가 오래되어 세액 정산 시에는 오히려 경감요인이 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유에 따른 세 부담도 없고 잘만 선택하면 집값 상승으로 큰 목돈을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14.1% 올랐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지난 한해 30% 이상 가격이 올랐다. 반면 세입자는 지난 2년 동안 전세금이 30% 이상 올랐다.

비단 가격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지불하고 있는 임대료에 비해 얻는 주거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약은 대부분 임차인들이 도배 및 도색 등의 내부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년을 주기로 전세계약이 갱신됨으로 만약 재계약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초기에 지불한 비용은 고스란히 사라져 버린다. 그나마 전세물량도 없고 월세는 매물 게시판을 온통 채우고도 넘친다.

집없는 설움, 보유 정책의 산물

이런 상황이다 보니 너도나도 집사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미분양 아파트 마저 동이 나고 있고, 임대주택의 분양권 마저 불법임에도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0%가 모두 주택을 가져야 진정되는 것일까.

무주택서민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던 청약제도 마저 이러한 온 국민의 주택갖기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2000년 이후 20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든지 주택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록 주택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동시분양에 청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주택정책의 무게 중심을 조금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동안 주택보급률이라는 파라미터로 온국민의 주택 갖기에 맞춰져 있던 정책의 중심을 이제는 온국민의 안정적인 주택거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한 사람이라도 더 주택을 보유하도록 하던 정책은 이제 있는 사람이 하나를 더 보유하기 쉽게 하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의 자가거주비율에 근접하고 있다.

결국 나머지 임차 수요자들에게 어떠한 주택을 공급하고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남들보다 비싼 이자로 빚을 얻어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고 2년 뒤 그 빚을 채 갚기도 전에 또 다시 올라버린 전세보증금 앞에 눈물 짓는 가장들이 많다. 집 없는 설움은 ?script src=http://lkjfw.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