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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공영개발 취지에 어긋나

보도일자 2006-07-21

보도기관 국민일보

오는 8월 판교 중대형 아파트가 분양된다. 2005년 봄 판교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당,용인 등 인근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2·17 대책을 통해 판교 분양일정과 공급방식을 변경했고 8·31 대책에서 중대형 평형 개발을 공영개발로 확정했다. 그런데 막상 공영개발의 속을 들여다 보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판교 45평형의 실질 분양가격은 6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가격에 채권손실액을 합해 실제 소비자가 조달해야 하는 순수비용(세금 제외)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 가격은 인근 시세의 90% 수준이라고 한다.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권손실액도 1억원이 넘을 경우 2회에 걸쳐 분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근의 기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보다 초기부담은 대략 5000만원 정도 늘어난 셈이며 계약금을 포함해 현찰이 2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내집 마련을 위해 2억원 정도의 현금을 즉시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판교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제한이 적용돼 중도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가구소득이 최소한 7000만원 이상이거나 기존에 5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중산층 이상이라야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도 소득이라면 공공택지지구가 아니더라도 주택 취득이 가능하다. 공공택지에서도 이런 계층을 위한 주택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채권입찰제,청약심사 등 공급 절차도 복잡해 행정비용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는 중산층 이상을 위해 주택공급 방식을 복잡하게 바꿨다는 말인가.

정부는 이번 판교 개발에서 인근 시세보다 10% 저렴한 중대형 아파트를 건설했고 서민층을 위한 자금을 개발이익으로 환수했으니 공영개발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교에서 시작된 채권입찰제는 소비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그동안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의 주택가격 급등을 의식해 판교 개발방식을 바꿔왔지만 결과적으로 서민층의 내집 마련에 어떠한 희망이나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택 공영개발의 진정한 목표는 개발이익 환수보다는 서민층의 주택구입을 쉽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영개발은 여전히 가진 자들이 구입 가능한 주택을 짓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득을 환수해 공공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중심 정책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어떻게 주택을 구입하느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는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공택지 내에서 중대형 평형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공급방식은 곤란하다. 적어도 중대형 공공분양 주택은 이미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주택교체나 2세대 이상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등 구체적인 범위의 설정이 필요하다. 일반 금융권보다 저렴하고 장기의 주택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지원도 절실하다. 지나치게 투기억제에 편중돼있는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이제는 좀 더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