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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리츠는 황금 알을 낳을 거위인가?  

보도일자 2001-07-07

보도기관 financial

리츠(부동산투자회사)법은 그동안 언론에 자주 등장한데다 시행되기도 전에 한차례 개정되는 굴곡을 겪었다.

부동산 간접투자 제도의 전형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의 리츠는 호주의 상장 부동산 투자증권(LPT)과 더불어 부동산 금융의 선진 기법으로 인식되고 있다.이러한 리츠 제도의 도입으로 우리 나라 또한 부동산 간접투자의 시대가 도래,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는 부동산관련 전문가들이 새롭게 설립되는 리츠회사로 몰리면서 지각변동의 조짐마저 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리츠는 황금 알을 낳을 거위인가. 물론 제도 도입의 현단계에서 국내 리츠의 향배를 가늠하긴 어려운 일이다. 미국이나 호주가 경험했듯이 국내 리츠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동안 겪어야 할 수많은 시행 착오도 불을 보듯 뻔하다.벌써 수많은 개미군단의 한숨과 흐르는 눈물을 듣고 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동산시장에는 리츠에 대한 핑크 빛 환상이 지나치게 난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데 언론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는데, 불안과 걱정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동산을 대상으로 투자한다는 리츠라는데, 오죽할까싶기도 하다. 그것도 요즘과 같이 주식시장이 죽을 쑤고, 은행권의 예금 금리는 바닥을 기는 시대에….

그렇다. 미국의 리츠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며,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정착했다. 10년 이상의 장기 호황을 누렸던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든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리츠에는 40여년의 과거가 있었다. 이런 오랜 시간과 경험, 노력이 현재의 리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같다.

리츠 제도가 국내에서 투명하고,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정착하기에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도 리츠관련 인프라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리츠의 투자 대상인 부동산관련 정보가 부족한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정보 또한 투자 정보로서의 객관적인 신빙성이 부족하다.

또한, 리츠의 높은 수익률은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의 보유보다는 자산 운용 인력의 오랜 경험과 전문 지식에서 창출된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신뢰할만한 전문 운용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리츠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은 수익성과 안정성에 기초한 투자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이 있어야 한다.투자자 보호 장치와 더불어 부동산의 가치 평가와 정보 공시 등 부동산시장의 투명성과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전제돼야 한다. 앞으로 수많은 시행 착오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리츠의 수익 창출 방법과 연계해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된다. 미국 리츠와 호주 LPT는 리스크가 높은 개발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자본 이득보다는 임대형 관리사업을 통한 현금흐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부동산 투자 관행은 여전히 아파트 중심의 분양형 개발사업을 통하여 창출되는 자본 이득에 길들여 있다. 최근 저금리 상황으로 임대형 관리사업이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부각되지만, 기회 비용이 높은 리츠가 만족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인지는 의문스럽다.

며칠 전에 리츠관련 현업의 한 전문가가 필자의 연구실에 들른 적이 있다. 리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그가 푸념처럼 남긴 말은 책상에서만 리츠를 연구하는 필자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금 대부분의 리츠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한탕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츠 제도의 정착보다는 이번 기회를 살려 리츠를 ‘어떻게 뜯어먹을까’만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츠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에 힘써 달라는 부담스런 당부를 남기며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과연 리츠가 황금 알을 낳을 거위인가와 이런 거위로 성장할수 있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