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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생산체계 개편,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보도일자 2006-08-31

보도기관 매일건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이번 개정안은 금년 10월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의 겸업제한 폐지를 중심으로 한 건설생산체계 개편방안이다.
일반과 전문건설업간 겸업제한 폐지 자체에 대해서는 큰 반대가 없는 것 같다. 원래 이 문제는 김대중정부에서 이미 8년전(1998)에 결정해 둔 규제개혁 사안이었는데, 당초 200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했던 것을 지금까지 질질 끌고 있는 셈이다. 일반이건 전문이건 신규 등록이 필요한 업체는 대부분 양쪽 다 등록했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겸업제한 폐지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있다. 문제는 겸업제한 폐지 이후다. 만약 입법예고한 대로 건설생산체계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건설업계 전체와 개별 건설업체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 개별 건설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내용중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가? 남은 기간동안은 이런 문제들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입법예고안대로라면, 현재의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이란 용어는 사라진다. 동일 법인에서 기존의 일반과 전문건설업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일반과 전문건설업체가 합쳐지면서 건설업체 수가 줄어 들 것 같지는 않다. 현재와 같은 입찰제도가 지속되는 한, 중소기업들은 “영업”측면에서 일반이건 전문이건 건설업 등록 수를 늘리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입법예고안에서는 하도급관계의 적정성 심사 강화, 하도급 대금 보호 강화 등과 같은 하도급자 보호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 경우 과거의 부대입찰제도가 안고 있던 문제점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하도급 보호장치를 강화할수록 전문건설업체들이 더 보호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겸업제한 폐지로 인하여 공동도급 구조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문건설업체가 일반건설업 등록을 했을 때, 협력관계에 있던 대형 일반건설업체와의 공동도급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과도한 하도급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건설업 등록을 한 전문건설업체가 공동도급자로서 직접시공을 담당할 수 있다. 일반과 전문건설업체간 상호 실적 인정이 이루어진다면 일반과 전문건설업체간 공동도급은 더 활발해 질 것이고, 굳이 “주계약자형” 공동도급제도를 별도로 둘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일반과 전문건설업체간 공동도급을 통한 시공은 당연히 합법적이지만,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로 인해 노사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시공참여자 제도가 폐지되면서 전문건설업체에게 기능공의 고용을 강제한다면, 전문건설업체는 인건비 상승과 노무관리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일반건설업체들도 시공참여자 활용이 가능해지면, 하도급보다는 직영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건설생산체계 개편안에는 건설업체간 바람직한 역할분담 방안이나 구조조정 방안과 같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미약하다. 겸업제한 폐지로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이란 용어가 사라지고 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도급자와 하도급자의 관계가 남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간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어떻게 해야 건전한 중소건설업체는 육성하면서 건설시장에 난립한 부실건설업체를 퇴출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건설업 등록제도에 기반한 업종별 협회나 보증기관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건설생산체계의 개편은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겸업제한 폐지에서부터 출발하게 된다. 첫걸음은 떼어 놨지만, 그 다음에 두 번째 걸음을 어디에 놓느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건설생산체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다. 건설업체간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절충안 보다는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산체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