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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자장과 간자장

보도일자 2007-01-18

보도기관 매일경제

맛으로 구별이 잘 되지 않는 몇 가지 상품이 있다.
자장면과 간자장면, 양식 광어와 자연산 광어, 12년산 양주와 17년산 양주 등이다.

그러나 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

동네 중국식당에 배달을 시킬 때 3000원짜리 자장면으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4000원짜리 간자장면을 시키기도 하고, 손님과 같이 횟집에 가면 비싸더라도 자연산 광어회를 시키기도 한다.

특히 1차로 끝나기가 서운해서 2차라도 가면 양주를, 그것도 12년산은 좀 `거시기`하니까 17년산을 시켜서 맥주와 섞어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맛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기분 때문에 비싼 상품을 사는 것이다.

주택도 그런 측면이 있다.

부동산정보회사의 아파트 시세표에 따르면 같은 회사에서 만든 비슷한 크기 아파트라도 강남구에서는 평당 5000만원 수준인데 그 동네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송파구에서는 평당 2500만원, 강동구에서는 평당 1500만원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주거환경이나 학군, 교통 등 생활 여건이 입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가격 차이만큼 다른지는 의문이다.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격 차이 때문에 평당 5000만원 시세의 아파트는 곧 거품이 꺼지고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있다.

그러나 같은 맛인데도 기분 때문에 비싼 값을 지불하는 소비 행태가 존재하는 이상 평당 5000만원짜리 아파트 가격이 쉽게 폭락할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이 마음 편하게 살려면 세상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한다.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편할 때는 두 가지 해결 방법이 있다.

세상을 자기에게 맞도록 바꾸든가 아니면 자기를 세상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다.

비싼 세상에 맞출 정도로 소득이 받쳐주지 못하면 세상을 값싸게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소비 수준을 낮추는 것이 쉽다.

기분의 거품을 걷어내고 간자장면보다는 자장면을, 자연산보다는 양식을, 17년보다는 12년산을, 그리고 비싼 집보다는 싼 집을 선택한다면 가정경제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