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작년 7월 큰비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강원도 한계령 지역은 물길이 바뀌었다고 한다.
큰비로 인해 불어난 물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물길이 아닌 본래부터 흐르던 옛 물길을 따라 흐르더란 것이다.

옛 물길이란 수백 년 동안 물의 본성에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요, 요즈음 물길이란 도로든 농경지든 그리고 집터든 간에 각종 개발의 필요성 때문에 인공적으로 물길을 바꾸면서 만들어진 길이다.

본래의 성질에 어긋나는 인위적인 조작은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유지가 되더라도 일단 유사시에는 버티질 못하고 허물어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 사람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온 전직 국회의원 한 분이 한반도, 그 중에서도 북쪽이 아닌 남쪽에서 태어난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북쪽과 남쪽의 생활 수준의 격차가 생각보다도 훨씬 큰 것을 직접 보고 느낀 소감일 것이다.

특히 공동 수확을 하는 집단농장의 옥수수보다 개인의 수확이 허용되는 집 근처 텃밭의 옥수수가 더 실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보았다고 한다.

집 근처 텃밭에서 나는 산출물은 자기 소유가 확실하게 보장되므로 더 정성들여 가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마르크스 이후에 세상을 풍미하던 공산주의가 북한과 쿠바 등 몇몇 나라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자기 보존과 종족 보존을 중요시하는 인간의 본성을 도외시한 원리를 강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친화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사고방식이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물길을 내면 큰비에도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인간의 본성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면 그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평소에는 그런 대로 유지가 되겠지만 일단 유사시에는 시스템의 붕괴로 말미암아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말도 이러한 자연친화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