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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현장 일자리 감소의 속사정과 해법

보도일자 2008-08-05

보도기관 헤럴드 경제

건설업은 주택, 공장,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생산하는 본연의 역할 외에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이라는 부수적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행(2007년)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각각 8.6과 13.7에 그치는 반면 건설업의 경우는 16.3으로 나타나 건설업이 전체 산업 중 가장 높다. 고용유발계수란 해당 부문의 최종수요가 10억원 증가하는 경우 해당 부문과 기타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피용자수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설업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2007년 8월 이래 통계청의 전년 동기 대비 건설업취업자수 증감률이 계속 마이너스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2/4분기만 해도 2.0%가 감소해 3만8000여명이 줄었다.


하지만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수와 관련이 깊은 건설기성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2007년 3/4분기와 4/4분기에 4.4%와 8.0% 그리고 2008년 1/4분기에도 5.8%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즉, 전년에 비해 건설기성액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취업자수는 감소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사정이 생겼음이 분명하다.


그 비밀의 열쇠는 최근 들어 달라진 건설 현장의 고용 행태에 있다. 근래 건설업 불경기를 맞아 국내 건설사 간 더욱 치열해진 수주경쟁이 낙찰률을 낮추고, 결국 건설사들은 노무비를 낮추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설 현장에서는 부족해진 노무비로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무리한 공기단축과 더불어 크게 세 가지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첫째, 작업팀을 감축한다. 예컨대 10명의 작업팀을 7~8명으로 줄인다. 둘째, 임금이 비싼 A급 기능공 대신 B급이나 C급을 투입한다. 셋째, 임금이 비싼 내국인을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외국인으로 대체한다. 세 가지 방법 중 첫째와 셋째 방법이 건설 현장의 내국인 일자리의 감소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 현장의 외국인은 통계청이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거의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07년 5월 현재 약 16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무리한 공기단축에 의한 품질 저하 및 부실 시공, 장시간 노동에 의한 산재 증가, 내국인 실업 증가, 내국인 기능인력 기반의 붕괴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에 의한 내국인 대체는 전체 산업 중 최고라는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와 내수 진작의 위력을 상실케 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소득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건설 현장의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해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과도한 노무비 삭감을 막아야 한다. 근래 치열해진 덤핑 경쟁이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더욱 격화됐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을 100억원 이상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침은 재고돼야 하고, 300억원 이상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저가 심사를 강화해 적정 노무비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내국인 대체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불법체류자의 진입은 막아야 하고 합법적 외국인에 대해서도 상한제를 두어 보완적인 수준에서만 고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숙련인력기반 보호와 대규모 실업의 예방 그리고 내수 진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에서도 외국인 고용상한제를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