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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직할시공, 분양원가 상승 우려

보도일자 2008-11-25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정부에서는 향후 10년간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건설키로 하고, 15% 이상 분양가를 인하한다는 목표 아래 대한주택공사에서 전문건설업체에 직접 도급해 ‘직할 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15만 가구 이상의 대규모 물량을 공공기관에서 독점하겠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며, 직접 시공하겠다는 발상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건설생산단계에서 종합건설업체를 배제하면 그동안 종합건설업체에서 수행하던 업무를 주공이나 사업관리(CM) 용역업체에서 담당해야 한다. 즉 공사 원가가 줄어들기보다는 종합건설업체에 투입되던 현장 경비나 본사 관리비를 주공에서 직접 부담하는 형태가 된다.

더구나 주공에서는 그동안 실적공사비를 토대로 시공원가에 근접하게 종합건설업체에게 도급 시공해 왔으며,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함으로써 적자 시공을 감내하는 현장이 많았다. 따라서 직할 시공에 따른 추가적인 원가 절감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 생산은 농산물 유통과 다르다

주공에서 직할 시공을 추진하는 논리는 유통단계를 줄일 경우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건설 생산을 농산물과 같은 유통 구조로 설명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그보다는 집중 구매와 분산 구매의 차이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다시 말해 혼수 살림을 장만할 때, 다수의 상점에서 별도로 물건을 구입하면 가격이 높아지지만, 한 곳에서 다품목을 일괄 구매하면 할인 폭도 커지고 훨씬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에서 공공건축공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전문공종별로 분할해 발주자 직할 시공 시에는 건설비가 6~8% 상승하고, 공사기간도 크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직할 시공 시 오히려 공사비 상승

주공에서는 직할 시공을 함에 있어 전문 공종별 입찰 시 ‘국가계약법’을 무시하고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할 계획인데, 산술적으로는 현재보다 5% 정도 낙찰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건설업체에 직발주하면서 현재의 하도급 금액으로 낙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설비나 전기 공사의 분리 발주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전문 공종의 분리 발주 시에는 공사비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주공에서는 직할 시공을 계획하고 있지만, 자체 인력을 활용해 직접 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업관리(CM) 용역을 통해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건설사업관리 대가는 대개 공사비의 5% 수준이므로 종합건설업체에 일괄 도급하는 것에 비해 공사비 절감 효과가 거의 없게 된다.

직할 시공 시 또 다른 원가 상승 요인으로는 수많은 전문건설업체와 직접 계약해야 하므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증가된다는 점이다. 또한 투입될 자재를 전문건설업체별로 소량 구매 시 단가가 상승하므로 주공에서는 주요 자재를 직접 구매?공급할 계획인데, 이러한 거래 비용은 조달청의 예산을 참조할 때, 공사비의 0.3% 수준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공사원가 분석 자료에 의하면, 직접 시공에 따라 주공의 본사 관리비가 0.5% 증가할 전망이며, 민원처리비가 추가된다. 또한 주공에서 직접 하자보수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공사비의 0.7% 수준의 하자보수비 지출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직할 시공 시에는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더라도 현재보다 오히려 2% 이상 공사비가 늘어날 전망이며, 적격심사제를 적용하면 15% 이상 공사비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전문 공종별로 발주될 경우 설계변경 요구가 급증할 확률이 있으며, 이는 또 다른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주공에서는 각종 법령의 예외를 적용하면서까지 무모하게 직할 시공을 강행하기 보다는 기존 생산체계의 틀 안에서 토지 비용의 절감이나, 글로벌소싱을 통한 자재, 설비비 저감, 주택생산기술의 혁신 등을 통해 분양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