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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BIM체계 확산 주시해야

보도일자 2008-12-16

보도기관 건설경제

미국 건설산업에서 통합정보체계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기관 조사 결과, 응답업체들의 62%가 2009년에는 전체 사업의 30% 이상에 BIM을 도입하겠다고 확인해 줄 정도다. 또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2%는 BIM이 건설산업의 오랜 숙제인 생산성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며, 72%는 기업 내부의 사업수행 절차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BIM체계가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통합정보체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건설부문에 첫 컴퓨터 응용기술은 기술분야의 경우 공학적 해석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으로 수작업에 의존하던 도면작업이 2차원 CAD작업으로, 또 질감까지 표현하는 3차원 CAD로 발전되었다. 3차원 CAD는 종전 평면적 도면 해석을 실제 완성된 모습으로 볼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들을 훨씬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美 업체 62% “BIM 도입예정” 응답

3차원 CAD로 구조물, 각종 배관, 공조 설비 등과의 간섭사항을 가상공간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시공 가능성을 상당부문 차단하는 효과를 안겨주었다는 말이다.

이 같은 3D-CAD가 이제는 국내기술자들에게도 익숙해진 4D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3D가 단지 시설물의 형상을 도면에 표시하는 것과 달리 4D는 시간계획까지 담고 있다. 도면과 공정계획을 통합한 4D에 다시 원가산정 체계와 연계시킨 것으로 5D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그러나 5D는 시장에서 생명력을 갖기도 전에 건설상품의 전 생애주기관리 절차와 연계시킨 6D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사이버공간에서 설계는 물론 시공방법까지를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BIM은 기존의 정보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키 위한 노력으로 탄생된 것이다. 즉, 도면작성 프로그램 간의 호환성 부재, 엔지니어링 정보와 사업관리 정보 간의 호환성 부재, 도면 작성만을 IT에 의존하는 한계성(이에 대해 제조업에서는 이미 ‘CAD → CAM‘으로 전환된 지 오래)을 극복해야 하는 건설산업의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대감이 BIM의 활용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전된 정보기술을 건설산업에 접목시키면 전혀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건설생산프로세스, 생산구조는 물론 사업관리정보, 운영단계까지 모든 정보에 대한 이력관리를 철저하고 또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업기획에서부터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계약 및 시공, 시설물의 유지관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개별 정보를 개별로 혹은 그룹별로 연동시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아부다비에 건설되고 있는 신도시 ‘마스다르’는 ‘배출가스 0(emission 0)’도시인데 여기에 BIM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도시에 건설되는 모든 최소단위(element)에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이들 단위별로 설계는 물론 시공과정, 그리고 유지관리 단계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량을 측정·관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의 벽체를 구성하는 철근, 콘크리트, 마감재 등에 고유번호가 매겨 있고 이를 토대로 해당구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배출가스·폐기물 배출량이 합산돼 통제센터로 보내지고, 이는 통제센터 시스템에 의해 계획된 값 이하로 관리가 되도록 통제하는 식이다. BIM체계와 에너지·환경의 융합기술인 셈이다.

미국공병단연구소(CERL)에 따르면 국방예산이 투입되는 연구과제의 경우 BIM과 에너지·환경기술이 연계되지 않으면 예산을 배정해 주지 않는다. 그만큼 미국 건설산업의 기술개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IT기술이 건설산업 생산성 혁신은 물론 건설생산기술과 융화되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건설산업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 앞으로 건설현장에서 철근을 가공하는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설계회사나 건설회사가 생산한 배근도가 현장이 아닌 철근가공공장으로 보내질 것이고, 현장에는 가공이 끝난 철근이 공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IT, 건설생산·기술과 융화 급진전

아직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IT기술을 건설프로세스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IT를 ‘i→e→u’로 바꿔 부르면서 기술의 발전보다는 응용범위가 확대되는 쪽으로 진행해 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BIM체계의 발전은 이런 생각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조달청(GSA)과 국방성(DoD)은 BIM과 건물의 에너지사용등급을 표시하는 ‘LEED’ 적용을 의무화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