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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실거래가는 공개보다는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

보도일자 2008-12-24

보도기관 한국주택신문

얼마 전 서울시는 부동산시장이 부정적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자료의 주요지역별 거래현황을 공개했다.

서울시민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사항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공개된 자료의 내용도 대단히 상세하여 서울시내 아파트 주요단지에 대한 평형별, 층별 거래금액과 서울시에 실거래를 신고한 건수와 총 거래금액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친절함이 시민들을 위한 것일 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살림살이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제대로 생각해보았는 지 궁금하다.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상황이 어떠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및 금융시장의 불길이 실물경제로 옮아가면서 향후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우리의 경제현실을 말해주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끝 모를 불안감과 불확실성 속에 담보잡혀 놓은 꼴이 되어 있는 형국이다.

정부 발표로 나온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는 2% 내외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도 더욱 힘들 수도 있을 정도로 다가올 2009년의 우리네 삶도 더 팍팍해 질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되고, 경기가 계속해서 위축되리라는 심리적 불안감은 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들어 또다시 투자 및 거래위축과 경기침체의 악순환 속으로 빠트리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과거의 학습효과까지 덧붙여져 심리적 요소에 따른 영향이 지대한 편이다. 부동산시장의 활력은 부동산거래의 회복에 달려 있고, 거래회복은 향후 부동산가격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 아주 친절한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거래에 대한 기대감을 절망감으로 바꾸고, 심리적으로 거래기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불안감을 부추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에 와서 누구나 느끼듯이 부동산가격은 수요와 공급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밖의 정책 변화나 국내외 금융환경의 변화, 심지어는 환율이나 주식시장의 변화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때 기존의 실거래가격은 거래당사자에게 향후 추가적인 가격 상승 혹은 가격 하락의 추세를 예상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실거래가의 공개는 거래당시의 상황이나 특수성은 배제된 채 가격의 숫자만이 남아 일반인 혹은 부동산거래시장의 시장참여자에게 왜곡된 시장정보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만일 충분한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거나 급매물 중심의 거래실적인 경우에는 이러한 우려가 더욱 높아진다. 정책당국은 침체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을회복시키기 위하여 2008년 중반기 이후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효과는 별무신통이다.

그 까닭은 바로 거래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굳이 지자체와 언론까지 나서서 대대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고착화시킬 수도 있는 소식을 전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거래가격을 숨기자는 뜻이 아니다. 앞으로의 시장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변수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

정상적인 거래과정에서도 심리적 요소가 영향을 크게 미치는데, 요즘처럼 시장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거래 횟수마저 손꼽을 정도라면 시장왜곡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가격의 상승기에는 이러한 실거래가의 공개가 오히려 가수요를 부추키는 역기능을 할 가능성도 크다. 정보제공은 바른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넘치는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독이 되기도 하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거래당사자에게 언제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구축되어 있고, 필요한 경우에 거래당사자가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