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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산업 역할 안 끝났다

보도일자 2008-12-24

보도기관 국민일보

비교적 웃는 얼굴로 다니는 편인 내게 한 지인이 얼굴 표정에 유의하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자칫 ''연구원장이 업계의 현실을 모른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건설업계의 현 상황은 암울하다. 얼마 전에는 한 건설 관련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내용이 너무 비관적이어서 즉흥적으로 해당 전문지의 지난 2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바꿔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건설업계의 현실은 추운 겨울 날씨보다도 더 냉랭한 형편이다.

경기부양책 첫 수혜자 될듯

지방 중소건설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기본적인 신진대사만 유지하는 동면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정부 시절, 복지예산에 밀려 SOC 예산이 감축되면서 건설물량이 줄어들었고, 지역 업체 몫이었던 학교시설과 하수관거 공사가 몇 개씩 묶여 민간투자사업으로 발주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나마 수주한 공사는 실적공사비가 확대 적용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금액에 머물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업체들이 서서히 굶주리며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은 건설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형 및 중견 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부동산 경기의 호황세에 힘입어 건축사업을 활발히 전개했고, 해외건설시장에서 연일 최고 수주액을 갱신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런데 대형 업체들이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 쓰며 국내외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던 차에 갑자기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고강도 건축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외부요인으로 돈이 돌지 않게 되니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심지어는 중견업체들의 흑자도산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중견 및 대형 건설사들은 순환기 장애로 인한 급성 소화불량을 앓고 있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다행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여러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고 있어 건설산업도 그 혜택을 보게 될 것 같다. 내년도 SOC 예산이 25% 이상 대폭 증대됐고 상당부분 조기 집행될 예정이다. 중소 건설업체의 신속한 회생을 위해서는 신규 사업보다는 진행 중인 사업에 재정이 집중 투자되어야 한다. 또 학교, 하수관거 등의 BTL 사업은 재정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리고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대형 공사는 지역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견 및 대형 건설업체 정상화를 위한 급선무는 원활한 자금 흐름이다. 대주단협약제도와 각종 유동성 보강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사정은 좀처럼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금 상황은 점차 개선되겠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하여 건설업체가 겪어야 하는 혹한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미래도 암울한 것인가. 건설투자의 국내총생산 비중이 17%를 상회하는데 이는 선진국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므로 ''토목국가론''이니 ''삽질 경제''니를 운운하며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논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과 우리를 숫자만 갖고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이룩한 단기간의 압축성장은 높은 건설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고 판단된다.

업계 중장기 전망은 낙관적

앞으로도 상당한 건설투자가 이루어져야 선진국 수준의 생활 및 교통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 가서야 기본적인 교통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다. 주택도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지만 아직까지도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300호에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의 400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건설산업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중장기적인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