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길’에서 배우기
보도일자 2009-02-13
보도기관 건설경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옛날 로마 제국을 중심으로 교역과 문화가 번창했던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그런데 2000년 전 로마시대에 건설한 도로가 지금도 멀쩡하고, 일부는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로마는 BC 3세기부터 AD 2세기까지 약 500년 동안 372개 노선에 걸쳐 8500㎞의 간선도로를 건설했다. 지선도로까지 합하면 15만㎞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이 10만㎞ 수준. 공간적 범위와 질적 수준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2000년 전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2천년 전 총길이 15만㎞ 달해
로마 도로의 일차적 기능은 병력의 신속한 이동에 있었다. 따라서 직선 노선이 많았고 대부분 표준화된 규격을 가지고 있었다. 마차가 다니던 차도는 너비가 약 4m이고, 차도 양쪽에는 폭이 약 3m인 인도를 건설했다. 차도 폭을 4m 정도로 한 것은 너비가 약 1.5m인 마차가 교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도로 옆에는 나무를 모두 베어내 나무 뿌리가 도로 기반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했다. 그리고 1천(milia) 걸음마다 도로 옆에 사람 키 높이의 이정표를 세웠는데, 이것이 후에 마일(mile)의 기원이 되었다.
2000년 전에 어떻게 건설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난공사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도로들도 많다. 예를 들어 BC 2세기경에 건설된 플라미니우스 가도(Via Flaminius)는 험준한 아펜니노 산맥을 넘어가는 구간이 있다. 급류가 많은 산악 지대에 차도와 인도를 합해 10m 너비로 도로를 건설한 것. 이 도로에는 너비 6m, 길이 40m의 플루로 터널도 포함됐다. 다뉴브강의 트라야누스 다리는 길이가 1135m에 이른다. 특히 다리에서도 차도와 인도 구분을 엄격히 지켰다.
오늘날 이탈리아 국도 중에는 로마 시대 도로를 아스팔트 포장만 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리는 무려 300개 이상이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20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끄떡없는 인프라를 건설한 로마인들에게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로마의 인프라는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하지만, 그것은 인프라에 대한 로마인들의 시각이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인들은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을 몰레스 네케사리에(moles necessarie)라 하여 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세금을 받고 있는 이상 국가가 수행할 당연한 의무로 인식했다고 강조한다.
특히 로마가 부강했기 때문에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한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탄탄했기 때문에 부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제국 전역을 구석구석까지 연결한 도로망 덕분에 로마는 군사·경제·문화적으로 통합될 수 있었고, 그 결과 부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마의 도로 건설은 대단히 명예로운 것이어서 노예노동에 의존하기보다는 대부분 정예부대에 의해 건설되었고, 황제가 직접 공사를 진두지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요즘 인프라 이야기만 나오면 토건족, SOC 마피아, 삽질 경제를 운운하며 냉소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설업은 불투명, 비효율의 상징이며, 그동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과잉이니, 딴소리 말라는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 인프라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도로밀도는 비교대상 60개국 중에서 24위이고, 도로연장당 자동차 수는 30개국 중에서 최고이며, 도로포장률은 30개국 중에서 19위이다.
탄탄한 인프라, 부국에 이르는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요즘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맞아 각국은 인프라투자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를 인프라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라 하고, 프랑스는 1000여 개의 공공 프로젝트를 포함해 265억 유로에 달하는 경기부양대책을 엊그제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경기활성화와 함께, 연례행사처럼 겪는 수해와 가뭄으로부터 벗어나고, 수질개선과 수변공간 개발을 통해 삶의 질 향상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으로 생각하며, 백년대계가 아니라 천년대계의 초석을 놓는다는 각오로 역사에 오래 남을 걸작을 만들었으면 한다.
로마는 BC 3세기부터 AD 2세기까지 약 500년 동안 372개 노선에 걸쳐 8500㎞의 간선도로를 건설했다. 지선도로까지 합하면 15만㎞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이 10만㎞ 수준. 공간적 범위와 질적 수준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2000년 전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2천년 전 총길이 15만㎞ 달해
로마 도로의 일차적 기능은 병력의 신속한 이동에 있었다. 따라서 직선 노선이 많았고 대부분 표준화된 규격을 가지고 있었다. 마차가 다니던 차도는 너비가 약 4m이고, 차도 양쪽에는 폭이 약 3m인 인도를 건설했다. 차도 폭을 4m 정도로 한 것은 너비가 약 1.5m인 마차가 교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도로 옆에는 나무를 모두 베어내 나무 뿌리가 도로 기반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했다. 그리고 1천(milia) 걸음마다 도로 옆에 사람 키 높이의 이정표를 세웠는데, 이것이 후에 마일(mile)의 기원이 되었다.
2000년 전에 어떻게 건설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난공사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도로들도 많다. 예를 들어 BC 2세기경에 건설된 플라미니우스 가도(Via Flaminius)는 험준한 아펜니노 산맥을 넘어가는 구간이 있다. 급류가 많은 산악 지대에 차도와 인도를 합해 10m 너비로 도로를 건설한 것. 이 도로에는 너비 6m, 길이 40m의 플루로 터널도 포함됐다. 다뉴브강의 트라야누스 다리는 길이가 1135m에 이른다. 특히 다리에서도 차도와 인도 구분을 엄격히 지켰다.
오늘날 이탈리아 국도 중에는 로마 시대 도로를 아스팔트 포장만 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리는 무려 300개 이상이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20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끄떡없는 인프라를 건설한 로마인들에게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로마의 인프라는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하지만, 그것은 인프라에 대한 로마인들의 시각이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인들은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을 몰레스 네케사리에(moles necessarie)라 하여 사람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세금을 받고 있는 이상 국가가 수행할 당연한 의무로 인식했다고 강조한다.
특히 로마가 부강했기 때문에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한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탄탄했기 때문에 부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제국 전역을 구석구석까지 연결한 도로망 덕분에 로마는 군사·경제·문화적으로 통합될 수 있었고, 그 결과 부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마의 도로 건설은 대단히 명예로운 것이어서 노예노동에 의존하기보다는 대부분 정예부대에 의해 건설되었고, 황제가 직접 공사를 진두지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요즘 인프라 이야기만 나오면 토건족, SOC 마피아, 삽질 경제를 운운하며 냉소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설업은 불투명, 비효율의 상징이며, 그동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과잉이니, 딴소리 말라는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 인프라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도로밀도는 비교대상 60개국 중에서 24위이고, 도로연장당 자동차 수는 30개국 중에서 최고이며, 도로포장률은 30개국 중에서 19위이다.
탄탄한 인프라, 부국에 이르는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요즘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맞아 각국은 인프라투자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를 인프라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라 하고, 프랑스는 1000여 개의 공공 프로젝트를 포함해 265억 유로에 달하는 경기부양대책을 엊그제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경기활성화와 함께, 연례행사처럼 겪는 수해와 가뭄으로부터 벗어나고, 수질개선과 수변공간 개발을 통해 삶의 질 향상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으로 생각하며, 백년대계가 아니라 천년대계의 초석을 놓는다는 각오로 역사에 오래 남을 걸작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