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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턴키 공사 낙찰률의 진실

보도일자 2009-12-24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최근 한 시민단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턴키(turn-key) 방식으로 발주돼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가격''과 ''성능''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저가낙찰제는 설계가 완료된 상태에서 입찰가격만으로 시공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턴키방식은 설계와 시공을 건설업체가 일괄 수행하고, 시공자 선정 시 입찰가격과 설계점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턴키방식은 발주자의 예산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설계 경쟁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발주자 예산에 근접하는 규모나 물량으로 설계가 이뤄진다. 발주자가 1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예상하고 있는데, 50억원짜리 설계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적물의 성능이 향상되는 대신 낙찰률은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턴키방식은 가격경쟁보다는 기술경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태양열 및 지열 활용기술, 인공위성을 활용한 터널 시공 등 첨단 기술이 총망라된다. 이 때문에 턴키방식은 새로운 기술과 공법의 경연장이 되며 건설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다만 공사비가 상승한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턴키공사의 낙찰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물가변동이나 시공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한 리스크비용이 입찰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턴키방식은 말 그대로 모든 공사를 시공자 책임 하에 완료해 키(key)를 넘겨주는(turn) 방식이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최저가 방식은 설계가 누락되거나 자재가격이 상승하면 설계변경을 통해 시공자가 손실을 보전받기 쉽지만 턴키방식은 발주자의 귀책이 없는 한 모든 책임이 원칙적으로 시공자에게 부과된다는 얘기다.

최저가낙찰제는 예산 절감 측면에서는 타당하지만 덤핑 입찰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점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도급업체나 현장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이러한 폐해를 경험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최저가 방식을 축소하고, 기술과 가격을 동시에 고려하는 입찰 방식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턴키방식은 또 기술 경쟁이 요구되는 공사에 적합하다. 4대강 사업의 경우 단순 준설작업이 많은 구간은 최저가 방식으로, 수중보나 생태복원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곳은 턴키발주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턴키방식은 하나의 건설업체 혹은 컨소시엄에서 설계와 시공을 일괄 수행하게 돼 계약관계나 하자 처리 등의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여 공기단축 효과도 인정된다.

특히 설계와 시공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져 설계변경이 줄어들고 설계업체와 건설업체 상호간에 기술 교류가 가능하다는 망외의 소득도 있다.

일부에서는 턴키 방식이 대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하지만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가 컨소시엄을 통해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대기업의 지분은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이 참여할 경우 공사 과정에서 기술을 이전한다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턴키공사 발주 시 입찰자가 소수라는 점, 설계심의 과정의 잡음 등의 비판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4대강 턴키발주를 단순히 예산 낭비라고 보는 것은 편향된 시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