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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해외건설 아쉬운 2%

보도일자 2010-03-17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이 491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연말에는 UAE의 원전 수주라는 쾌거를 이룩했으며, 이에 힘입어 올 2월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3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6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열사의 땅 중동을 비롯한 오대양 육대주의 오지에서 흘린 우리 건설역군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경축할 만한 일이다.

80년대 초 한때 해외건설은 1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해 세계 제2위의 건설 수출국으로 도약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비약적인 성장의 부작용으로 건설산업이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 지금 맞고 있는 제2의 중흥기는 80년대와 비교할 때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80년대 전후의 해외건설은 90% 이상을 중동에서 수주했으나 요즘은 그 비중이 60~70%대로 줄어들었다.

공종의 고도화도 함께 이뤄 과거의 건축과 토목 수주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플랜트 분야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해외건설이 한때는 손해 보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사업 수준에 근접할 만큼 수익성이 개선되었다. 급신장한 해외건설 실적이 수익에 근거한 신중한 수주전략과 강화된 기술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자랑스럽다.

해외건설의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요약하자면 지역의 다변화, 공종의 다각화, 업체의 다양화 측면에서의 아쉬움이다.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오일 달러가 고갈될 때에 대비,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진출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북미에 대한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플랜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이제 오히려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천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플랜트 수주가 기대만큼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는 점과 다른 공종의 비중이 너무 작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해외건설시장은 토목, 건축, 플랜트가 비슷한 규모로 삼분하고 있다. 우리의 임금이 높아져 과거와는 달리 토목과 건축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방시(Vinci), 스칸스카(Skanska), 브이그(Bouygues)와 같은 세계적인 선진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약하다.

고임금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부분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 양상을 보더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볼 때 428개사가 559건을 수주했다. 이 중 상위 10대 업체의 수주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보다 고른 수주 분포를 위한 중하위권 업체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한국의 해외건설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또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6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므로 더 큰 욕심을 내 볼만도 하다. 건설업체는 플랜트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와 원전, 가스 및 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건설관리 능력을 배양하여 외국인력을 활용한 토목, 건축 분야의 수주에도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유형의 해외건설로 한국형 민자사업을 외국에 수출하거나 도시개발과 자원을 연계한 패키지형 사업의 진출도 유망한 방안이다.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해외건설 특화업체도 기대해볼 수 있다.

업계의 노력과 병행하여 정부는 건설외교의 강화, 공적개발원조의 확대 등을 통해 보다 유리한 해외건설 사업환경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해외건설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기술력과 언어·문화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육성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직접적으로는 해외 근로자 비과세 한도액을 월 150만원에서 월 500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해외건설 경쟁력 제고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98점 해외건설을 100점이 되도록 독려한다면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가 해외건설의 진정한 경쟁력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