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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테마진단] 주택활성화대책 실효성이 중요하다

보도일자 2010-07-21

보도기관 매일경제

2008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충격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는 OECD 선진국들이나 여타 아시아 지역의 신흥국가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경기 체감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국내 주택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미분양 적체, 입주대란, 거래실종, 가격급락 등으로 대변된다. 그만큼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기능은 마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정책당국은 고사 상태에 빠진 주택시장의 현 상황을 방관했다. 각종 경제지표 등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가격 등락이나 거래 활성화 등에 시시콜콜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서민들의 소중한 자산의 가치가 급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시장의 기능이 와해된 상태를 가격 안정으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시장경제질서의 기본적 틀을 유지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은 정책당국에 있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주택시장활성화 대책이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발표에 앞서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 양도세감면조치 연장, 그리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 등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

양도세한시감면조치의 연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고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는 데 유리하다. 수도권 미분양주택 해소에도 양도세 감면은 상당한 효과가 예상되는 조치다. 민간의 주택공급을 되살리는 방안으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시기 조절이 거론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DTI 규제완화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서민들에게는 촉각을 세울 만한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TI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가계부실이 심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DTI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DTI 규제의 실효성 논란을 넘어 금융권의 대출규제라는 높은 문턱에서도 투기적 목적이 아닌 서민들의 실질적인 주택 마련 수요가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경기회복 과정에서 대출자의 변제능력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 금융시장의 LTV와 DTI 규제는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방지하는 역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지금도 규제가 지속되다 보니 주택시장의 자금흐름을 막아 실물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출구전략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의 실질적인 강도가 더 커지고 있으므로 규제완화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게다가 DTI 규제는 법률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규제완화로 인한 부동산투기의 재연 조짐이 나타날 경우에는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다.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시장경제체제에서도 규제는 더러 필요하다. 그러나 위급할 때 효력이 있던 극약처방이 회복된 뒤에는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종 시장규제를 완화하고 해제한다고 해서 당장에 시장이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꼬인 실타래를 푸는 단서는 충분히 될 수 있다. 규제 유지의 명분보다 시장의 정상화와 신뢰 회복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한 때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