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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LH공사, 몸집 줄이기에 나서야

보도일자 2010-11-22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옥 매각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118조원에 달하는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언발에 오줌누기’다.

 다양한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부채를 낮추려면 방만하게 벌인 사업을 축소하거나 사업권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미분양주택을 장기전세주택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다. 부채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요약하면 수익성 없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 후 정부 재정을 투입하여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구조조정을 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의견이 없다. 단순히 인력만을 줄이기보다 공룡화된 조직의 경량화를 검토해야 한다.

 시행자 역할로 조직 축소해야

 LH공사의 설립목적은 서민용 주택건설과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이다. 일반적으로 민간의 시행자(디벨로퍼)는 최대한 몸집을 줄이려고 한다. 개발사업이 워낙 리스크가 커서, 모든 기능을 내부화하다 보면 자연히 방만해지고, 고정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주택시장은 경기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탄력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그런데 LH공사의 조직을 보면 너무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사업기획부터 보상, 계획, 설계, 시행, 감독, 품질시험, 연구, 유지관리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더구나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조직을 확충해 왔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LH로 통합되기 전인 2004년부터 5년 동안 경쟁적으로 직원 수를 늘려 왔다. 2004년 말 주공은 3419명, 토공은 2197명이었으나, 통합 직전인 2008년에는 각각 4204명, 2791명으로 5년 동안 24%의 인력이 증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보금자리주택 사업에서는 건설사를 배제한 채 ‘직접 시공’까지 추구하면서 몸집을 더 불리고 있다. LH공사는 직접 시공을 할 만한 자체 인력이 부족하여 건설사 출신 인력을 충원하였으며, 전문공종별로 분리발주가 진행되면서 공사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직접 시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공룡화되니 발걸음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고정비용이 원가에 반영되면서 아파트사업의 수익성도 저하된다. 이런 상태에서 공사비를 낮추려다 보니 건설사만 쥐어짜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최저가로 진행되는 LH의 아파트공사는 적자시공 우려 때문에 대형건설업체는 거의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라도 경기변화에 대처하고 생산원가를 낮추려면 거대한 몸집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행자나 발주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직을 최소화하고, 부대적인 기능은 분사(Spin-off) 또는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설계나 견적, 시공, 시험ㆍ검사, 감리 기능이나 연구개발, 임대주택 관리 등은 아웃소싱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무분별한 사업확장도 중단해야

 사업범위도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민간분양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공기업의 역할에 맞지 않는다. 민간시장은 건설사에 맡겨야 한다. 이웃 일본에도, LH공사와 비슷한 ‘주택도시정비공단’이 있었다. 지난 1980년대 말까지 주택과 택지 공급을 담당했으나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역할이 크게 축소되어 1999년 ‘도시기반정비공단’으로 개편된 바 있다. 그후 분양주택 업무를 완전히 정리하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임대주택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LH공사도 장기적으로 역할을 점차 축소해 나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부합된다.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택지개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는 도시 재정비 및 기존 재고 주택의 활용,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개선 등에 역점을 둬야 한다. 신규 사업 추진 시에는 정부 SOC사업 못지않게 사업 타당성과 예산에 대해 엄정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또 고유영역이라고 볼 수 없는 집단에너지사업이나 프로젝트금융, 비축임대사업 등에서는 과감히 손을 떼야 한다.

 이는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이나 SH공사 등 지방공기업에도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예를 들어 광역지자체 산하 16개 도시개발공사의 부채규모는 35조원 수준으로, 평균 부채비율이 347%에 달한다.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라 시행사에 맞는 조직 개편이나 기능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공기업을 이용하여 쉽게 성과를 내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보금자리주택과 같이 일시적인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나면 사후에 과다한 잉여인력이 발생하고,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 부채규모가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 공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주택공급과 각종 개발사업에서 민간기능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