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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원전건설인력 양성보다 활용이 우선

보도일자 2010-12-22

보도기관 건설경제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해외원전 수주 확대와 별개로 전문인력 수급 문제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0년까지 신규인력 규모를 2만4000명까지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 수행 중이거나 이미 수주한 원전공사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신규 수주를 자제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신규 인력 양성은 차치하고 당장의 현안 해결 없는 중장기 양성대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관련 인력 수급문제는 원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최근 3년간 신규 수주한 금액만도 연평균 500억 달러를 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당장 투입할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 및 기술관리 기준으로 약 6000명이 해외현장에 파견되어 있다. 기업들이 당장에 필요로 하는 추가인력은 약 4000명선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약 63만 명의 건설기술자가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기술력 판단 기준으로 삼는 자격증과 등급에서 만점자가 약 13만5000명을 넘는다. 그런데도 해외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1만 명 수준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수요와 실제 공급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음을 말해준다.

 원전건설 기술인력 수급문제는 신규인력 양성정책보다 기술자 활용전략이 선행되어야 해결이 가능해 보인다. 대학교육을 통해 양성한 인력이 실제 현업에서 책임기술자로 나설 수 있기까지 7, 8년 이상이 소요된다. 원전건설은 연구가 아닌 다년간 경험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원전기술자 부족문제가 심각한 것도 지난 30년 동안 원전건설이 없었던 탓에 기술력이 검증된 인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신규 인력이나 초급 기술자가 아닌 분야별 리더급 혹은 책임자급으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규인력을 양성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정년을 이유로 경험과 지식을 갖춘 기존인력을 퇴출하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아부다비에서는 원전산업에서 경험과 지식을 가진 퇴직자를 고용하는 추세가 늘어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인력 활용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인력 활용전략을 새로 짜기 위해서는 먼저 원전건설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수급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공학 전공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원전건설에서의 비중은 전체 인력의 10% 미만이다. 90%는 원자력 전공자가 아닌 셈이다.

 원전건설에는 원전건설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원전건설에서만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기대일 뿐이다. 따라서 원전건설에 필요한 핵심인력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원전건설을 소화할 수 있는 전공 분야와 수준 등을 고려한 인력 활용전략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는 것이다.

 해외원전건설, 특히 아부다비 원전건설의 인력수급 구조를 재검토해보자.

 원전은 완벽한 안전성과 품질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설이다. 기술의 완성도와 숙련도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게 원전건설이다. 이 요건은 머릿속 지식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실증된 경험을 필요로 한다.

 원전건설은 현지 기능인력만으론 숙련도와 완성도, 모든 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핵심설비 건설에는 국내 숙련기능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숙련기능인력의 25∼30% 정도는 국내인력을 투입해야 품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부다비를 포함한 중동지역은 우리와 다른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공종별 책임하도급이 불가능하며 외국기능인력을 동원해 관리해야 하는 직영시공체제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중동지역은 물론 동남아권에는 원전건설에 투입할 만큼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기능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 원전 현장에는 다른 사업장과 달리, 외국인 기능인력이 없다. 현재 국내 원전건설현장의 숙련기능공들은 연령이 높아 해외현장에 투입하기도 어렵다. 당장 국내 원전 현장에 외국인력이라도 투입해서 실무를 통해 실증지식을 쌓도록 한 후 해외원전 건설현장에 투입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급하다.

 인력 부족 문제는 단순히 제기하는 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걱정만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시급한 해외원전 전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