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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이덕수의 길따라 기록따라> <110> 안동 월영교- 가장 긴 나무 상판 인도교 (2)

보도일자 2011-05-13

보도기관 건설경제

달빛 아래 그윽한 산하가 한 폭 수묵화 닮아 ‘달골’이라 했다던가, 정한(情恨)의 서정이 남달랐던 사람 따라 ‘월영(月映)’이라 했던가. 안동댐 인근의 땅 이름들에는 유난히도 달이 많이 뜬다. 월곡면, 엄달골, 월영대, 월영교….

 안동댐 아래 물길을 가로질러 물문화관(상아동)과 건너편 민속촌(성곡동)을 잇는 제법 긴 다리 하나 눈길을 끈다. 지난 2003년 4월에 세운 월영교(月映橋)이다. 요즈음 세운 새 다리지만 옛 냄새가 묻어 있다. 다리 모양도 특이하다. 교대 둘에 열다섯 교각은 흔히 보는 콘크리트다. 교각 위로 무지개 모양(아치) 트러스를 올린 것도 특별하지 않건만, 그 위의 나무 상판(1만 6609㎡)과 그 좌우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세운 맞춤한 높이의 나무 난간이 색 다르다. 서구적·현대적 트러스교 위에 한국적 전통 건축의 완(卍)자형 난간 복도를 얹어놓은 형국이다. 다리 가운데 즈음에 팔각 월영정(月映亭)을 앉혔으니 멀리서 바라보노라면 영락없이 풍류요, 어쩔 수 없는 향수다. 너비 3.6m에 길이 387m이니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 상판 인도교이다.

 머리카락 미투리…어느 부부의 지순한 사랑을 기리고자

 이 다리 월영교의 모티브(motive)는 옛날 어느 젊은 부부의 애절하도록 아름다웠던 사랑이다. 앞서 저승길에 오르는 낭군께 드리고자 젊은 지어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정성스레 미투리를 삼았다. 저승길 낭군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복중 아기의 배냇저고리와 함께 그 미투리 한 켤레를 가슴에 안아 영면에 들었다. 그리고 400여 년이 지나 2003년에 후세 사람들이 그 애잔하고 숭고한 사랑을 기리고자 월영교를 세웠다. 월영정을 가운데 두고 두 켤레 미투리가 서로 마주보는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1998년 4월, 택지 개발이 한창이던 안동 정상동의 귀래정(歸來亭) 서쪽 산 중턱의 주인 모를 어느 분묘를 이장하던 중 한 남자의 시신이 수습되었다. 미라에 가까운 시신의 머리맡에는 정성들여 한지로 싼 미투리 한 켤레가 놓여 있었으며 가슴을 덮은 한지에는 구구절절 그리움이 묻어 있는 ‘언문’ 편지글을 적었다. 현대어로 고쳐 쓰니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