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생존 경쟁, 그리고 미래 성장 경쟁
보도일자 2011-05-16
보도기관 코스카저널
연구원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근 들어 부쩍 많은 사람들로부터 건설시장과 업체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질문을 받는다.
필자에게 물어오는 사람들은 건설산업과 시장에 대해 비교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주택·부동산시장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누구도 명쾌한 정답을 내놓을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여나 하는 심정에서 던진 질문들이라 짐작한다.
한국건설은 현재 내수시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공공공사는 정부가 재정운용정책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들고 나오면서 2014년도까지 매년 건설투자예산을 1.7%씩 삭감해 가는 것으로 확정돼 있다.
그런가 하면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 주택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조차 매입보다 전세를 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어 전세난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주택은 여전히 8만호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공공 및 민간시장 모두가 극심한 정체에 빠져 있는 것이다.
시장의 물량이 부족할수록 입찰참가자 수는 증가하고 낙찰률은 떨어지게 돼 있다. 낙찰률 하락과 무관하게 입찰자간에 다툼은 물론 업체들의 편법·불법 로비는 더 활발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두고 업체들은 손실을 보면서도 수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자전거 페달 속성을 저가 낙찰의 이유로 든다.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은 그래도 건설업이 돈이 되니까 업체수가 줄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종합·전문 모두 부도가 나는 업체수보다 단 1건의 수주 없이도 버티고 있는 업체수가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그 만큼 많은 거품이 끼어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하소연을 엄살로 폄하하는 게 보통이다. 2010년 국내 상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6.7%임에 비해 건설업은 3%에 불과했고, 이자보상율은 산업전체 평균의 5.5%에 불과한 49.9%였다. 국내 공공공사 원가의 절반이상이 거품이라는 주장과는 너무 큰 차이다.
최근 시평액 34·35위 업체가 법정관리신청을 한 사태를 놓고 건설산업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위기론을 펴고 있는 반면, 건설산업 밖의 시선은 건설산업 내부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고 있다.
위기론으로 인식하는 건설산업은 자연스럽게 정부의 획기적인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반면 밖에서는 시장에 맡겨 생존 가능한 업체만 생존하도록 하는 자본주의론을 주장한다. 심각성을 인식하는 온도차이가 과거에 비해 너무 벌어져 있다. 건설산업 내부에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건설산업의 불안감 혹은 불규칙성은 한국 건설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한국건설이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면허제가 1999년 등록제로 바뀔 때 이미 건설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타 산업과의 경쟁에서 산업 내 기업간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되었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면허제가 1995년 WTO협정 영향으로 개방될 때까지만 해도 건설업 면허 자체가 먹을거리를 보장해주었다. 다시 말해 면허를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경쟁으로 당시 면허가 시장에서 6~7억원(1996년 기준)에 거래되기도 한 적이 있다.
면허제가 등록제로 변하고, 또 등록요건 자체가 원하는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완화되면서부터 업등록 자체로만 보장받는 시대가 끝남을 알려준 것이다. 내수시장 성장세와 전혀 무관하게 등록업체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2001년 처음 1만개를 돌파했다.
업등록 기준이 완화돼 업체수가 급증하자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사전자격기준(PQ)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등록 기준 완화는 내부보다 외부환경, 구체적으로는 WTO협약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PQ요건 강화는 산업내부에서 나온 주장이다.
건설업체 내부를 보면 이해타산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결과적으로 PQ의 변별력을 강화하자는 총론이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들의 반대 목소리에 묻혀 본래 취지는 상실된 상태다.
PQ 통과율이 97% 이상이어서 더 이상 자격 선별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공공도로공사에서 PQ 통과율이 7개사 이하, 일본 공공공사의 경우 20개미만 등과 같은 참가자격 스크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업등록 조건이나 PQ 등이 선별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건설업 내부 경쟁은 결과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는 기술을 제대로 수행한 실적이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업체수가 많고 적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사업자 혹은 민간사업자의 경우를 보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부문이다.
민간은 업체수를 보는 눈보다 선별하는 질적 평가를 더 중요시 한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도 진다. 발주자의 선별 역량이 높아질수록 업체들은 기술역량을 높여야 하는 게 국내 건설업체들의 미래 생존과 성장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필자에게 물어오는 사람들은 건설산업과 시장에 대해 비교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주택·부동산시장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누구도 명쾌한 정답을 내놓을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여나 하는 심정에서 던진 질문들이라 짐작한다.
한국건설은 현재 내수시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공공공사는 정부가 재정운용정책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들고 나오면서 2014년도까지 매년 건설투자예산을 1.7%씩 삭감해 가는 것으로 확정돼 있다.
그런가 하면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 주택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조차 매입보다 전세를 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어 전세난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주택은 여전히 8만호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공공 및 민간시장 모두가 극심한 정체에 빠져 있는 것이다.
시장의 물량이 부족할수록 입찰참가자 수는 증가하고 낙찰률은 떨어지게 돼 있다. 낙찰률 하락과 무관하게 입찰자간에 다툼은 물론 업체들의 편법·불법 로비는 더 활발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두고 업체들은 손실을 보면서도 수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자전거 페달 속성을 저가 낙찰의 이유로 든다.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은 그래도 건설업이 돈이 되니까 업체수가 줄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종합·전문 모두 부도가 나는 업체수보다 단 1건의 수주 없이도 버티고 있는 업체수가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그 만큼 많은 거품이 끼어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하소연을 엄살로 폄하하는 게 보통이다. 2010년 국내 상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6.7%임에 비해 건설업은 3%에 불과했고, 이자보상율은 산업전체 평균의 5.5%에 불과한 49.9%였다. 국내 공공공사 원가의 절반이상이 거품이라는 주장과는 너무 큰 차이다.
최근 시평액 34·35위 업체가 법정관리신청을 한 사태를 놓고 건설산업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위기론을 펴고 있는 반면, 건설산업 밖의 시선은 건설산업 내부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고 있다.
위기론으로 인식하는 건설산업은 자연스럽게 정부의 획기적인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반면 밖에서는 시장에 맡겨 생존 가능한 업체만 생존하도록 하는 자본주의론을 주장한다. 심각성을 인식하는 온도차이가 과거에 비해 너무 벌어져 있다. 건설산업 내부에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건설산업의 불안감 혹은 불규칙성은 한국 건설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한국건설이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면허제가 1999년 등록제로 바뀔 때 이미 건설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타 산업과의 경쟁에서 산업 내 기업간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되었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면허제가 1995년 WTO협정 영향으로 개방될 때까지만 해도 건설업 면허 자체가 먹을거리를 보장해주었다. 다시 말해 면허를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경쟁으로 당시 면허가 시장에서 6~7억원(1996년 기준)에 거래되기도 한 적이 있다.
면허제가 등록제로 변하고, 또 등록요건 자체가 원하는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완화되면서부터 업등록 자체로만 보장받는 시대가 끝남을 알려준 것이다. 내수시장 성장세와 전혀 무관하게 등록업체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2001년 처음 1만개를 돌파했다.
업등록 기준이 완화돼 업체수가 급증하자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사전자격기준(PQ)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등록 기준 완화는 내부보다 외부환경, 구체적으로는 WTO협약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PQ요건 강화는 산업내부에서 나온 주장이다.
건설업체 내부를 보면 이해타산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결과적으로 PQ의 변별력을 강화하자는 총론이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들의 반대 목소리에 묻혀 본래 취지는 상실된 상태다.
PQ 통과율이 97% 이상이어서 더 이상 자격 선별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공공도로공사에서 PQ 통과율이 7개사 이하, 일본 공공공사의 경우 20개미만 등과 같은 참가자격 스크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업등록 조건이나 PQ 등이 선별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건설업 내부 경쟁은 결과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는 기술을 제대로 수행한 실적이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업체수가 많고 적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사업자 혹은 민간사업자의 경우를 보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부문이다.
민간은 업체수를 보는 눈보다 선별하는 질적 평가를 더 중요시 한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도 진다. 발주자의 선별 역량이 높아질수록 업체들은 기술역량을 높여야 하는 게 국내 건설업체들의 미래 생존과 성장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