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제도 전면 개편해야
보도일자 2002-04-08
보도기관 파이낸셜
최소한 6000개가 넘는 건설사가 조만간 시장에서 퇴출될 예정이다. 전체 건설기업의 13%에 해당하는 많은 업체가 일거에 사라진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는 건설 시장 질서가 다소 회복되면서 나머지 기업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퇴출이 자연스런 시장 기능에 의한 도태가 아니라 정부의 규제 강화와 강력한 단속에 따른 결과라서 썩 개운하지는 못하다.
돌이켜보건대 IMF 외환위기 이후 다른 산업에 비해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과정에서도 유독 건설업체만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해 왔다. 종합 건설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건설업체만 하더라도 지난 4년간 3배 이상 그 수가 증가했다. 일감도 IMF외환위기 직전의 80% 수준에 맴돌고 있으니 없는 잔칫집에 군식구만 늘어난 격이다.
건설업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닐진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욱이 건설업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건설시장은 도급공사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형적인 수주 산업으로 ‘선계약 후생산’ 방식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생산 기간도 평균 30개월 내외로 길고 그 과정도 복잡하다. 때문에 발주자가 안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 즉 능력을 갖춘 공급 업체만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사전 자격 검증이 요구된다. 이 장치가 곧 다른 산업에서는 흔치 않은 등록 요건이다.
업체의 난립으로 지나친 경쟁이 되면서 오히려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건설업 등록 기준을 강화했다. 상시 고용해야 하는 기술자 수를 늘리고 사무실 보유 기준을 신설한 것이 골자다. 아울러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보증가능 금액확인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시장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등록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사무실 보유가 등록 요건으로 부활된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만큼 ‘핸드폰 컴퍼니’ 혹은 ‘페이퍼 컴퍼니’가 횡행했다는 것이다.
어떻든 이번의 퇴출 대상 6000여 사는 바로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무자격·부적격 업자들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시공 실적이 미미한 업체를 조사하여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여 일반건설업체와 주로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는 수천의 전문건설업체가 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 요건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데는 많은 행정력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도 수반된다.
따라서 무자격·부적격자의 시장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이다. 건설 시설물은 공공성이 크다. 특히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은 공공재적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상 총수요의 40∼50%에 달하는 시설물을 정부가 직접 구매하고, 결과적으로 최대 구매자인 정부의 시설물 조달 방식이 시장 질서를 좌우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부 시설물 조달 방식은 요행에 의해 공급자가 선정되는 ‘운찰제(運札制)’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물 조달과 관련하여 정부는 산업의 진흥, 경기 조절, 중소기업 보호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우수한 품질의 시설물을 싸게 구입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제도도 곤란하다.
지난 수년간 건설업체 수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건설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폐지 등에 기인한 설립 비용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운찰제인 데다가 10억원 미만 규모의 공공 공사에는 실적이 없는 사업자 참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무실적 대상 공사 규모를 3억원 미만으로 축소하자 건설업체 수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제 정부는 건설업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공공입찰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변별력이 제고되어야 할 부분은 보완하는 동시에 무리한 객관화도 지양돼야 한다. 아울러 건설업계도 신뢰성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을 더욱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
김준한 (선임연구위원 jhkim@cerik.re.kr)
돌이켜보건대 IMF 외환위기 이후 다른 산업에 비해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과정에서도 유독 건설업체만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해 왔다. 종합 건설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건설업체만 하더라도 지난 4년간 3배 이상 그 수가 증가했다. 일감도 IMF외환위기 직전의 80% 수준에 맴돌고 있으니 없는 잔칫집에 군식구만 늘어난 격이다.
건설업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닐진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욱이 건설업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건설시장은 도급공사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형적인 수주 산업으로 ‘선계약 후생산’ 방식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생산 기간도 평균 30개월 내외로 길고 그 과정도 복잡하다. 때문에 발주자가 안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 즉 능력을 갖춘 공급 업체만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사전 자격 검증이 요구된다. 이 장치가 곧 다른 산업에서는 흔치 않은 등록 요건이다.
업체의 난립으로 지나친 경쟁이 되면서 오히려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건설업 등록 기준을 강화했다. 상시 고용해야 하는 기술자 수를 늘리고 사무실 보유 기준을 신설한 것이 골자다. 아울러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보증가능 금액확인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시장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등록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사무실 보유가 등록 요건으로 부활된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만큼 ‘핸드폰 컴퍼니’ 혹은 ‘페이퍼 컴퍼니’가 횡행했다는 것이다.
어떻든 이번의 퇴출 대상 6000여 사는 바로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무자격·부적격 업자들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시공 실적이 미미한 업체를 조사하여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여 일반건설업체와 주로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는 수천의 전문건설업체가 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 요건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데는 많은 행정력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도 수반된다.
따라서 무자격·부적격자의 시장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이다. 건설 시설물은 공공성이 크다. 특히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은 공공재적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상 총수요의 40∼50%에 달하는 시설물을 정부가 직접 구매하고, 결과적으로 최대 구매자인 정부의 시설물 조달 방식이 시장 질서를 좌우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부 시설물 조달 방식은 요행에 의해 공급자가 선정되는 ‘운찰제(運札制)’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물 조달과 관련하여 정부는 산업의 진흥, 경기 조절, 중소기업 보호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우수한 품질의 시설물을 싸게 구입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제도도 곤란하다.
지난 수년간 건설업체 수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건설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폐지 등에 기인한 설립 비용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운찰제인 데다가 10억원 미만 규모의 공공 공사에는 실적이 없는 사업자 참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무실적 대상 공사 규모를 3억원 미만으로 축소하자 건설업체 수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제 정부는 건설업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공공입찰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변별력이 제고되어야 할 부분은 보완하는 동시에 무리한 객관화도 지양돼야 한다. 아울러 건설업계도 신뢰성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을 더욱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
김준한 (선임연구위원 jhkim@cerik.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