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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주택정책의 올바른 방향

보도일자 2002-04-19

보도기관 서울경제

4년전 외환위기로 경제가 무너지니까 부동산가격도 폭락했다. 국제 신인도의 하락은 자금흐름의 경색을 가져왔고 이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졌다.

자금난으로 다급해진 경제 주체들이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급매물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이미 부동산시장은 수급조절능력을 상실, 낮은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당시 정부는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건설과 부동산경기에서 찾았다. 경기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대했고,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가격을 띄움으로써 부실채권을 해소하는 한편 전반적인 소비성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98년 이후 작년까지만 해도 한두 달이 멀다 하고 주택부양책을 내놓았다. 양도소득세와 취ㆍ등록세의 감면, 임대사업자 등록기준 완화, 주택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금융지원의 강화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긴급처방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가 채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자(떴다방)의 양산, 아파트 가격과 분양가의 급등, 전월세 파동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인위적인 부양정책에 따른 결과이다.

정책은 이에 따라 다시 선회해 투기자에 대한 세무조사, 분양권 전매 제한, 선착순분양 금지 등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였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의 냉ㆍ온탕식의 대증요법에 의존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 주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거시적으로 보면 공급물량의 절대적인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외환위기 이전에 매년 60만호 정도가 건립됐는 데 98년 이후에는 30∼40만호가 공급됐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115% 수준에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주택은행의 도시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 값은 95년 12월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02년 2월 현재 109 수준이다. 많이 올랐다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145 수준이다.

폭락하였던 주택가격이 반등하는 정도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피부로 느끼는 주택문제가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지역에서의 과열현상이 확대 해석, 그러한 것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시세차익을 노린 재건축 아파트, 재개발 지역에 대한 투기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또한 입시제도의 변화와 관련한 강남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 폭등,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정책, 시중의 과잉 유동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부 한정된 지역에서 부동산경기의 과열현상을 빗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정부는 주택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규제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주택공급물량을 확대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아파트 건설이 지속되어야 아파트 가격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국지적인 주택문제는 상존할 것이다. 같은 도시 내에서도 생활여건 또는 교육여건이 좋은 지역에서의 부동산 열풍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주택정책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며 시간을 갖고 전반적인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계획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주택세제를 정비하는 등 경기과열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지피어진 열기가 설비투자, 수출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간의 정부 노력의 결과로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급한 경기과열 논쟁 때문에 어렵게 키워온 경제의 싹을 조기에 꺾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도 아직 거품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주택가격의 급상승에서 촉발된 논의가 일단락되는 듯하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높은 주택가격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생산비 개념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권리의 가치가 주택가격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주택가격이 폭락하는 반면 장기적인 비전이 밝을 때는 이것이 주택가격에 반영되기도 한다. 높은 주택가격이 우리의 탄탄한 경제기반을 반영한 결과라면 크게 우려할 문제도 아닐 것이다.


                                                                   김흥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