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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건설근로자 기초안전교육의 성공 조건

보도일자 2011-11-25

보도기관 건설경제

무릇 제도 시행의 기본 단위는 동질성에 기초한다. 근속하는 근로자로 구성된 경우 특정 기업 또는 고정된 사업장이 근로자의 동질성을 유지하는 기본 단위가 될 수 있다. 근로자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용ㆍ복지ㆍ산업안전 등의 제도는 특정 기업 및 고정된 사업장을 기본 단위로 삼아 편제되고 큰 문제없이 작동된다. 예컨대 정규직에는 기초적 산업안전교육(이하 기초안전교육) 실시 이후 해당 현장에 특수한 안전교육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니 특정 현장에서 기초안전교육을 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동질성이라는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제도는 현장과 괴리돼 겉돌게 된다. 건설현장의 경우 비정규직인 기능인력은 공종과 직종에 따라 계속 바뀐다. 즉, 특정 현장에서의 동질성이 유지될 수 없다. 근로자마다 기초안전교육부터 시작하자니 보다 중요한 해당 현장의 특수한 안전교육 시간이 부족해진다. 교육시키고 나면 얼마 후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온다. 규모가 작은 현장일수록 교육을 담당할 인원과 시간, 비용이 부족하고 사람은 더욱 자주 바뀐다. 결과적으로 중대규모 현장에서는 안전교육이 중복되나 소규모 현장에서는 누락된다. 기초안전보호구(안전모ㆍ안전화ㆍ안전대)와 건강진단도 마찬가지다. 실제 건설현장의 재해는 기초안전요소가 결여된 소규모 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2010년 5인 미만 건설현장의 경우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이나 재해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10배인 68.0%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인 기능인력의 동질성이 유지되는 기본 단위는 무엇인가. 이들의 이동범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체로 건설기능인력은 현장을 옮겨다니되 어디든 건설현장에서 일한다. 따라서 건설현장을 포괄할 수 있는 건설산업 자체가 동질성이 유지되는 기본 단위다. 건설산업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호주에서는 건설현장에 오기 전에 기초안전교육을 이수케 하는 그린카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 고용노동부도 2012년 초부터 건설근로자 대상의 기초안전교육제도를 실시하고자 한다. 모든 건설근로자는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4시간의 기초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이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반복적 기초안전교육을 생략할 수 있다. 실로 건설근로자와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획기적 시도다.

 하지만 세부 시행 방안 중에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남아 있다. 바로 신규 근로자에 대한 기초안전교육 비용을 개별 건설현장에서 지불토록 한 규정이다. 이것은 일하러 현장에 온 신규 근로자를 교육기관에 보내고 그 비용을 자신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서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2009년 기초안전교육 시범사업을 실시할 때 이러한 방법으로 시행해 보았으나 문제가 많았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하루 임금을 벌 목적으로 나왔는데 4시간을 교육받는 데 쓰느라 임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 하수급자는 빠듯한 공기를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에 교육을 받도록 하니 울상이 되었다. 원수급자는 기초안전교육의 수준이 낮아 시간만 낭비할 뿐 자신의 현장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개별 현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모든 관계자가 이를 기피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실패한다면 기초안전교육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에 대한 산업차원의 개선 시도는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는 패배주의로 흐를까 우려된다.

 기초안전교육제도가 성공하려면 동질성이 유지되는 건설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가 현장에 오기 전에 이수토록 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는 근로자는 먼저 교육기관에서 기초안전교육을 이수하고, 그 비용은 산업 차원에서 지불하며, 이수확인증을 소지하고 현장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여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비용에 충당할 산업차원의 재원인데 산안비의 일정 부분을 갹출해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수자 고용을 촉진하는 건설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로서 이수자에 대한 산재 발생 시 재해건수를 경감해 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수급자는 하수급자와 팀ㆍ반장 그리고 유료직업소개소에까지 기초안전교육 이수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려는 모든 근로자는 기초안전교육을 이수하고자 할 것이고, 그 여파가 소규모 현장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동질성에 기초한 산업차원의 접근 방식을 도입한다면 개별 현장 접근 방식에선 겉돌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해 기초안전보호구나 정기건강진단 문제 역시 건설산업 차원의 접근으로 해결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