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연구기관 리포트> 구미(歐美)의 디자인빌드 분석 - 2단계 입찰ㆍ조기계약 방식활용

보도일자 2012-07-10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턴키 발주 방식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턴키 방식은 입찰 비용이 높아 중소업체의 입찰 참여가 제한되고, 설계심의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 등을 거론하면서 턴키 발주를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턴키 발주 방식은 설계·시공간의 분절 현상을 개선하고, 가격보다는 기술 경쟁을 촉진하며, 건설사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능력을 배양하여 해외 수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장려할만한 발주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디자인빌드 발주는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디자인빌드 방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낙찰률 관련해서 논란도 있으나, 발주자 예산에 맞추어 최상의 설계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찰률이 높다고 볼 수 없으며, 간혹 덤핑 투찰이 발생하나 이는 저품질 설계를 용인하는 폐해로 볼 수 있다. 턴키 발주 방식이 널리 활용되려면, 입찰비용 저감 및 설계심의제도 개선, 가격경쟁 지양 등의 노력이 필요한데, 여기서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해 본다.

 1. 외국의 디자인빌드 낙찰자 결정 방식

 1) 입찰자수가 많을 경우, 2단계 입찰 방식 활용

 미국의 공공부문 디자인빌드 공사의 입찰 방식은 크게 1단계(One-Step) 방식, 2단계(Two-Step) 방식, 자격 중심(Qualifications-Based) 방식의 3가지로 구분된다. 1단계 방식은 기술과 가격 제안을 동시에 하고, 이들 양자를 평가하여 발주자에게 ‘최고가치’를 제공하는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거나, 가격과 기술점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낙찰자 선정하는 방식이다.

 2단계 방식은 1단계에서 자격심사를 하여 숏리스트(Short List)를 만들고, 2단계에서 자격있는 입찰자들로 하여금 기술(설계) 제안 및 가격 제안을 하도록 하여 최저가(Lowest Price)나 최고가치(Best Value) 방식으로 낙찰자를 선정한다. 자격 중심 방식은 기술평가위원회(Technical Evaluation Boards) 등을 구성하여 입찰서를 평가하고, 경쟁적 협상(Competitive Negotiation)을 통하여 낙찰자를 선정한다.

 통계를 보면, 1단계 방식의 활용 사례가 가장 많으나, 입찰자가 많을 경우에는 2단계 방식이 널리 사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 도로청(FHWA : The 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의 디자인빌드 도급업자 선정 기준을 보면, 3개사 이상으로부터 입찰 응모가 기대되는 경우에는 2단계 선정 방식(Two-phase Selection Procedure: RFQ followed by RFP)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설계점수 이외 기술능력 평가

 미국 디자인빌드협회(DBIA : Design-Build Institute of America)의 자료에 의하면,  디자인빌드 방식에서 낙찰자 결정을 위한 평가 항목은 일반적으로 a)기술력, b)조직, c)공사기간, d)가격의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가중치 방식에 의한 평가에서 널리 활용되는 평가항목을 보면, 디자인 제안(Proposed Design), 품질관리계획(Quality Management Plan), 교통처리계획(Traffic Control), 핵심참여인력(Key Personnel), 유사 DB사업 수행 경험(Experience), 과거 공사의 수행 성과(Past Performance), 공기 제안(Schedule), 입찰가격(Price Proposal) 등이다.

 미국 연방조달청(GSA)의 평가 사례를 보면, 기술제안서 이외에 과거의 작업 성과(Past Performance), 과거 특정한 작업을 수행한 경력, 패스트트랙 프로젝트(Fast Tracked Projects) 수행 경험, CPM(Critical Path Method) 등 공정관리 소프트웨어 사용 경험, 건설업체내 주요 기술인력의 경력 등을 평가한다.

 3) 다양한 디자인빌드 방식 활용

 외국에서는 전통적인 디자인빌드 방식 이외에 보다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설계와 프로젝트관리만을 담당하는 디자인 매니지(Design and Manage), 발주자 측의 설계인력이 실시설계 작성에 직접 참여하는 수정디자인빌드(Novation Design-Build), 발주자 측에서 개념설계 혹은 기본설계를 담당하고 도급업자가 실시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설계개발 및 시공(Development and Construct) 방식 등이 활용되고 있다.

 2. 외국의 설계 심의 방식의 특징

 1) 발주처 중심의 설계 심의

 외국의 디자인빌드 심의 사례를 보면, 발주기관을 중심으로 심의위원을 구성하고, 필요한 전문 분야에 한하여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외부 심의위원이 입찰자와 어떤 관계인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조달청(GSA : General Service Administration)의 정부공사 제안서 평가위원회 구성 방식을 보면, GSA 내에 프로젝트 매니저나 건설기술직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예비 패널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계약담당 공무원은 이 리스트에서 평가위원을 선정하며, 평가위원회는 대개 3~5명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가는 평가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으나, 초대형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전문분야 심사를 위하여 필요시 교수나 건축사ㆍ엔지니어 등 외부 전문가도 참여한다.

 캐나다의 조달기관인 PWGSC(Public Works and Government Services Canada) 사례를 보면, 제안서 평가위원회는 주로 PWGSC 내부의 기술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패널목록에서 선임된다. 필요할 경우 수요기관의 공무원이나 외부 전문가가 일부 참여하나, 이는 예외적인 사례이다. 계약관은 심사위원 선정에 대해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고, 심의 과정을 감독하는데, 심의위원의 수는 홀수가 되도록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심의위원간 컨센서스 형성

 캐나다의 PWGSC의 사례를 보면, 평가 기준 약 2개에 대한 검토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들간에 컨센서스(Consensus) 회의를 열고, 각각 자기가 점수를 부여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각 평가 기준에 대한 점수를 합하여 종합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3) 입찰자 프리젠테이션 실시

 미국 GSA의 정부공사 제안서 평가 과정을 보면, 설계시공일괄(Design-build) 발주인 경우에는 설계안(Design)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워싱턴주 DOT의 사례를 보면, 각 입찰자는 최종제안서가 제출된 후 약 1주일 후에 제안서평가위원회 모든 멤버에게 1시간 정도 구두발표 기회가 허용된다.

 4) 기본설계 수준에서 경쟁

 외국의 사례를 보면, 턴키 입찰 경쟁은 계획설계 혹은 기본설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심의 평가에는 1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 경우 설계투입비용은 총 공사비 대비 0.5% 이하인데, 국내의 턴키 입찰 비용은 해외 사례에 비하여 약 5배에 달한다.

 5) 디브리핑 철저

 캐나다 PWGSC에서는 낙찰자 결정후 탈락자가 이의 제기 또는 디브리핑(Debriefing)을 요구하면, 심사위원을 대표해서 위원회 팀장이 개별 업체에게 사유를 설명한다. 심사위원들이 제안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점수를 부여한 것이 드러나 PWGSC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어느 기관의 심사위원 잘못인가를 판단하여 손해배상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6) 가격과 기술을 별도 평가

 미국 연방조달청(GSA)의 경우, 기술 평가와 가격 평가는 각각 별도의 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다. 가격평가위원회는 계약담당관 직속 직원에 의해 구성되며, 평가 내용은 입찰 가격이 공사의 규모, 내용을 이해하여 작성한 것인지, 각 명세서의 단가는 일반적인 시장단가인지 여부를 검토한다. 가격 제안서를 제출한 입찰자는 가격증명서(Cost Certificate)를 제출해야 한다.

 3. 새로운 시도 - 턴키 사업자의 조기 선정 방식

 1992년 이후 영국의 도로 건설 프로젝트에서 디자인빌드는 모두 개략(기본)설계 디자인빌드 방식이었으나, 건설업계로부터 디자인빌드 공사 발주시 비용리스크가 도급업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며, 발주자 측의 적산액이 적정 가격에 비하여 낮은 사례가 많다는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영국 도로청(Highways Agency)은 디자인빌드에 의해 설계와 시공책임의 일원화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프로젝트의 형성 단계로부터 건설업자의 식견을 활용하여 리스크의 확인과 적정한 견적을 도모하고, 사업기간 단축을 목표로 2001년에 디자인빌드 사업자의 조기 개입(Early Contractor Involvement) 방식을 도입하였다.

 도로청에서 도입한 조기디자인빌드 방식의 특성은 발주자가 노선 확정을 위하여 필요한 공청회를 개최하기 전에 공사를 발주하고, 계약 내용을 2단계로 나누어 도급공사 대금을 일정 조건하에서 실비 정산하는 방식이다.

 발주자는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입찰자가 제출한 품질관리방법, 코스트와 리스크 관리방법, 과거 실적, 주요 담당자 등 계약이행능력에 관한 기술제안을 평가하여 낙찰자를 결정하고, 입찰자는 입찰시에 가격제안을 하지 않는다.

 제1단계에서 도급업자는 발주자와 협력하여 노선 결정을 위한 공청회 지원, 개략설계 작성, 공사비 적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도급업자는 1단계 업무를 통하여 프로젝트의 내용 및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게 된다. 1단계에서 도급업자에 대한 대금 지급은 컨설턴트 계약과 마찬가지로 실비정산보수가산(Cost-plus-Fee) 방식이 활용된다.

 제2단계에서 도급업자는 상세설계의 작성 및 공사 시공을 담당한다. 1단계 종료후 발주자와 도급업자는 공사비에 관해 협의하여 ‘목표계약액(Target Price)’을 결정한다. 공사 실비가 목표계약액을 상회 혹은 하회하는 경우, 그 차액은 발주자와 도급업자간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고통이익분담(Pain/Gain Sharing) 비율로 분담 또는 배분하게 된다.

 개략(기본)설계 디자인빌드와 비교하여 조기 디자인빌드는 개략설계와 상세설계를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단축된다. 입찰 비용이 비교적으로 소액으로 낮아지며, 덤핑 입찰로 낙찰받은 후 고액의 클레임을 유발하는 악습이 감소할 수 있다. 단, 개략설계 과정에서 발주자 측의 컨설턴트와 도급업자 측의 컨설턴트가 관계함에 따라 작업 효율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설계안을 가지고 경쟁하여 낙찰된 이후 실시설계에 착수하는 관계로 설계와 시공의 병행에 따른 공기 단축, 즉, 패스트 트랙(Fast Track) 효과를 향유하기 어렵다. 따라서 턴키 방식을 다양화하여 기본설계 이전에 낙찰자를 선정한 후, 도급업자에게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시공을 일괄 도급하는 영국의 조기 디자인빌드 형태의 발주 체계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