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타산지석, 건설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보도일자 2014-04-21

보도기관 건설경제

올해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엄청난 국가적 충격을 주었고 그 사건은 건설산업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바다에서 대규모의 배가 침몰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건설현장의 생명과 안전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20년 전 못지않은 두려움을 느낀다. 답답한 심정을 쫓다보면 결국 왜 이럴까에 이른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차차 밝혀지겠지만 드러난 것만 가지고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런데 그 부분을 생각하다보면 왠지 부끄럽고 화끈거린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사지로 몬 잘못된 어른들 중 한사람이라는 생각에서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과 중첩되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사고 당시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 조타실을 맡았다는 점이다. 물살이 거센 해역을 통과하려면 돌발적인 위기 상황의 발생이 예견되므로 응당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자격과 경험을 축적한 베테랑이 조타를 맡았어야 했다. 이것은 상식이자 기본이자 원칙이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전문가가 했어야 할 일을 ‘아무나’에게 맡긴 셈이다. 또한 경영 압박에 눌려 무리한 출항을 했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항로를 이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리한 시간 단축 시도다. 더욱 아연실색케 한 것은 승객은 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의 태도다. 물론 생명이 귀한 것은 인지상정이겠으나, 선원의 생명을 책임지는 선장이라는 직업인의 자세는 아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우리의 건설현장을 되돌아보게 된다. 상식이자 기본이자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다소 극단적일 수는 있으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몇몇 사례를 떠올려보자. 얼마 전 남대문 복원에 참여한 목수들의 자격 시비가 있었다. 관련 자격을 대여하여 무자격자가 시공하고 부실의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양반이다. 우리의 거의 모든 건설현장에서 기능인력은 ‘아무나’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근력만 있으면 가능한 비숙련 작업도 있다. 문제는 숙련이 필요한 작업에도 그에 필요한 체계적 능력을 지닌 자격증 보유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어깨너머 배운 기능이라도 숙련인력이 그 일을 맡았다. 하지만 숙련인력의 대(代)가 끊기고 공사비가 부족해지자 아무나에게 맡기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되다 보니 그 값은 헐값이 되고 그가 만든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나 하다 보니 직업인으로서 대접이나 고용안정이 보장되기 어렵다. 먹고 살기 힘들고 직업전망이 없으니 젊은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에는 기초적인 안전교육의 이수나 건설에 대한 이해도 없는 불법취업자가 대거 시공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정부청사 천정에서 물이 새고, 고층건물의 철근이 조금만 들어가거나 잘못 배근되며, 모델하우스와 다른 새집이 속출하는 등의 문제가 이와 무관치 않으리라.

 또한 수주경쟁 속에서 부족해진 공사비를 만회하려니 무리한 공기 단축을 시도한다.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착용하는 안전벨트와 생명선을 연결하는 안전고리를 묶는 것조차 작업 속도를 늦춘다며 ‘사치스러운 행위’로 치부하다가 하루 두 명꼴로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다. 하루 800장을 쌓아야 할 작업을 날림으로 1600장씩 쌓으려니 사람은 곯고 품질은 떨어지며 부실위험은 커진다. 뙤약볕과 추위와 싸우며 일을 했으나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불만이 쌓이고 사기는 곤두박질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한편으로는 ‘좀 더 잘할 수 있었으나 시간에 쫓겨 못해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은 나의 직업이 아니고, 잠깐 돈 벌러 왔다’고 말하면서 평생을 일하는 근로자도 많다. 장인정신을 발휘해보려는 숙련인력에게는 꼼꼼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왔다 가려는 사람에게는 ‘조상의 장인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우리의 건설현장에서 품질과 안전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왜 이럴까? 우리 건설현장에서 상식이자 기본이자 원칙은 잘 지켜져 왔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건설산업에서는 ‘제 값 받아 제대로 시공하고 제 값 주는 것’이 상식이고, ‘사람이 재산이고 장인정신을 담는 것’인 것이 기본이며, ‘도면과 시방서대로 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상식과 기본과 원칙이라는 튼튼한 토대 위에서만 건설산업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건설산업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영화 속에서와 같은 기적의 장면이 아직 남아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