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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2016년 불확실성과 위기 대처법

보도일자 2016-01-25

보도기관 건설경제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유가도 아직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국내 건설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주택시장에도 미분양 급증과 거래량 급감 등 한겨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모두들 올해는 불확실성이 높고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처할 것인가?

세계적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줌 아웃(Zoom Outㆍ멀리 보기)하고 난 뒤에 줌 인(Zoom Inㆍ가까이 보기) 하더라”는 관찰결과를 제시했다.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환경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며,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의 목표나 계획을 언제 변경해야 하는지, 위기의 속성이 변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줌 아웃(멀리 보기)’한 뒤에 최대한 자신의 계획과 목표를 실행하는데 집중하기 위한 ‘줌 인(가까이 보기)’을 했다는 것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나 건설업체들은 어떨까? 대개는 ‘멀리 보기(줌 아웃)’보다 당면한 ‘현안에 집중(줌 인)’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건설정책은 사실상 현안에 대한 ‘대책’ 중심이고, 중장기적인 ‘정책’은 명확하지 않다.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은 좋다. 하지만 지금이 주택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는 시점이라면, 인구나 경제사회 구조의 중장기 전망에 기초한 주택정책 방향도 함께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기준에 따른 건설공사와 엔지니어링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산업정책’이란 관점에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틀 속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었으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융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은 올해까지는 시험운행이나 시범구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도에 그칠 것 같고, 기존의 U-City법을 ‘스마트도시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시민체감 서비스를 발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향후 도시정책 내지 도시인프라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스마트 시티나 그린 시티 구현을 위해서 정부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가 그런 중장기 정책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저런 법에 근거해서 만들어 둔 법정 계획이나 중장기 계획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계획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또 최근의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여건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건설업체들도 ‘단기 경영의 덫’에 빠져 ‘멀리 보기(줌 아웃)’를 시도조차 안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최근 주택경기가 오랜 침체국면에서 벗어나는 기미를 보이자 너도 나도 주택시장에 올인해 왔다. 그 결과 작년 한해 주택시장 통계는 인허가, 수주, 분양, 거래 등 여러 부문에서 신기록이 속출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주택경기가 주춤하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설업체들도 움찔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택사업 이후의 신시장 개척이나 신사업 발굴 노력이 크게 강화된 것 같지는 않다. 주택시장이 머지않아 위축될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내 사업만큼은 어떻게든 그 전에 마무리할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희망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향후 주택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2008년 전후의 사례가 교훈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있었다. 향후의 금융여건은 정반대 상황이 연출될 것이고, 정부정책도 경기부양보다 구조개혁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업체들도 좀더 멀리 보고 미분양 대책이나 사업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환경변화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저성장의 장기화’는 비교적 확실한 환경변화다. 저성장기의 생존전략이나 성장전략은 정부도 필요하고 건설업체도 필요하다. 20년간에 걸친 일본의 저성장기 사례를 통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저성장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든 건설업체든 좀더 멀리 보고 ‘신성장 동력 발굴’과 ‘건설산업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줌 아웃(멀리 보기)한 뒤에 줌 인(가까이 보기)”하는 것이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그 반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