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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산업 청년 일자리 만들기

보도일자 2016-02-15

보도기관 건설경제

필자가 겸임교수로 있는 대학교의 제자가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와서 한 외국계 은행에 최종 합격했다는 말을 전했다. 수고 많았다는 말과 함께 새해 벽두부터 좋은 소식을 들어 너무 기분이 좋다는 말을 재삼재사 반복하였다. 아울러 부모님께 큰 효도를 했다는 상투적인 말도 덧붙였다.

 1년 전 학부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건설관리공학을 전공하던 그 친구가 갑자기 은행으로 취업 진로를 변경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필자는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 하는 순간적인 망설임에 빠졌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목표로 하는 은행이 유럽계 은행인 만큼 한국에도 향후 투자은행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니 면접에서 이러한 분야쪽으로 일하고 싶다고 하면, 남들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 말을 하고 나서, 필자는 훈장(訓長)이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건설산업의 선배로서 ‘립서비스’만 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과 우리 산업의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이러한 사례는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혹자는 건설산업은 금융산업의 파생상품이라고까지 말한다. 좋게 말하면 건설 인력이 금융산업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청년 엔지니어를 수용하는 일자리를 공급했다면, 그 친구가 은행쪽으로 눈을 돌렸을까? 그리고, 필자가 투자은행 운운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했을까?

 이러한 추세로 몇 년 더 가면 우리나라 건설기술의 맥이 끊길 지경이 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말도 듣곤 한다. 필자가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건설회사와 엔지니어링회사는 최근 몇 년간 신입 인력을 많이 채용하지 않았다.

 특히,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엔지니어를 양성하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엔지니어링회사의 경우에는 제일 막내 직원이 과장급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최소 5년 정도 신입 직원을 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초 들어 모든 산업이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특히 건설산업은 더욱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에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하고자 한다.

 청년 엔지니어가 현장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는 매년 2월에서 4월까지  ‘국민안전대진단’을 시행하고 있는데, 대진단 범위와 기간을 공공시설물 전체와 상시 시행으로 확장하고 청년 엔지니어를 투입할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해 청년 엔지니어는 공공시설물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현장 실무를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진단 결과를 백서로 발행하면 우리나라 공공시설물의 안전성 제고와 정확한 투자 수요처를 발굴하는 기대효과가 예상된다.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지만 발굴해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안될 것이고, 이것을 시작으로 상시 운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청년 엔지니어 진입을 저해하는 제도를 발굴하여 이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국내 대형 엔지니어링회사의 임원 비율이 평균 50%를 웃돌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발주처의 잘못된 관행과 정량화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통상적으로 한 기업의 임원비율이 10% 미만인 것을 고려할 때,  타 산업 종사자에게 건설산업의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 그들은 이런 기이한 현상을 이해해줄까? 또한, 취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스펙을 갖추고도 생애 첫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 엔지니어에게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에서 빈번하게 목격되는 이른바 ‘세대전쟁’으로 비화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즉, 건설산업에 진입하려는 청년세대와 노후 준비 등의 이유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 퇴장을 늦추려는 베이비부머세대와의 갈등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되기 전에 양 세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소하는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건설산업 차원에서 수요처가 필요로 하는 적정 인력을 적기에 공급하는 정책을 짜야 한다. 기업은 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길래 입사한 대학 졸업생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2년 가까운 추가교육을 시켜야 하는가 하는 볼멘소리를 토로하고 있다. 또한, 해외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구매전문가(procurement specialist), 도로안전감사(road safety audit), 성능기반유지관리전문가(performance-based maintenance specialist) 등의 기술자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의 교육프로그램과 경력관리프로그램이 없다. 현업에서 이런 요구가 있다면, 청년 엔지니어가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경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현업 적응 프로그램과 이 프로그램이 작동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