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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해외건설 위기와 당면과제

보도일자 2001-08-03

보도기관 건교신문

13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한 2001년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우리나라 해외건설이 1995년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이했음을 드러내 준다. 이는 실적이 부진하였다고 평가되는 2000년도 상반기에 비해 무려 51.5%나 감소한 것일뿐 아니라 IMF원년인 1998년도 상반기에 비해서도 13.1%나 적은 수치이다. 실적부진과 더불어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건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정말 해외건설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먼저 해외건설의 역할과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외건설은 국내시장 침체시 Buffer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IMF이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건설시장의 상황과 장기적인 성장 둔화세를 고려할 때, 해외진출을 통한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의 매출액 확보는 불가피하다. 또한, 상당한 초기투입비용을 요하는 해외공사의 특성은 퇴출시 매몰비용(sunk costs)의 발생으로 퇴출장벽이 됨과 동시에 선점업체의 경우 상대적인 경쟁우위로 작용한다.  

이와 같이 볼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건설의 추진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과제이며, 글로벌 시대의 성장·발전을 위한 수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가 논의하여야 할 것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타개하고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해외건설 부진의 원인은 크게 수주 부진과 수익성 부족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수주 부진의 경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대형 건설업체의 부실화에 따른 신인도 하락이다. 2001년 현재 시공능력순위 100위까지의 업체 중 39개 업체가 부도, 화의 및 법정관리 상태이며, 이러한 업체의 부실화는 한국 건설업체 전반에 대한 발주처와 해외금융기관의 불신을 증대시켜, 금융기관의 보증기피, 발주처의 추가보증 요구 및 PQ 배제 등으로 입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능력 부재와 취약한 EP(Engineering & Procurement)능력, 그리고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등 후발개도국 업체들의 부상 역시 수주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 예로 원유수입이 증대하는 중동지역의 플랜트공사 조차도 최근에는 EPC+Financing 이나 Buyback형태로 발주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ENR에 나타난 99년도 중국의 해외수주실적은 우리나라를 상회하고 있다.  

수익성 부족 문제의 핵심은 아마도 우리나라 업체들의 관리능력부재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업체들의 경우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선진업체에 의존하다보니 전체 프로젝트 관리 역시 선진업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유사규모의 공사 당 파견되는 본사 관리인력도 선진국의 1.5∼2배 정도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원인이 분명한 만큼 이론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일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수주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하여 신인도를 회복하고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한편, 국내 기업간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일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건설에 대한 새로운 비전 하에 엔지니어링 및 Global Sourcing 능력 제고를 통해 System Organizer로서의 역량을 확보하고, 관리능력의 제고를 위해 해외공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체계와 기술지원 Network의 구축, 그리고 표준화된 사업수행 매뉴얼의 개발 등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통과 노력, 비용과 시간의 투자가 뒤따라야만 한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경기장, 선수촌 등 각종 체육관련 시설과 교통망, 정보망 등을 위해 총 140억 달러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국내외 기업들에게 공개 입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1월에는 WTO에도 가입한다고 한다.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개방이 불황인 우리 해외건설업계에 진정한 호재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된 문제점들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 혼자의 힘만으로 어렵다면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응급수혈이 필요한 시기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