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후분양제 성공하려면

보도일자 2003-04-22

보도기관 서울경제

최근 주택후분양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으로 주택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기됐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주택후분양제도다. 그리고 지난 3월27일 건설교통부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주무부처인 건교부가 적극적인 검토단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선택됐던 주택선분양의 관행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가 상통하면서 하나의 거래방식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국내 주택시장은 그동안 만성적으로 존재해온 공급부족의 문제로 인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여유자금으로 주택가격을 분할납부하려는 수요자의 부담완화 성향과 선분양 대금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려는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져 선분양은 주택수급의 거래관행으로 기능해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기능해온 선분양방식의 시장거래 관행을 이제는 후분양방식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공급자는 건설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한편 수요자는 완공된 주택의 품질을 보고 구매의사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후분양의 경우 선분양에 대비해 주택건설비 부담이 전적으로 공급자측에 전가되고 이로 인해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주택건설업계의 지각변동마저 예고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택은 값이 매우 비싼 내구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 소비재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완공된 주택의 품질을 판단하고 그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소비논리다.

더욱이 주택은 모든 사람들이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될 뿐만 아니라 개인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택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며 주택후분양제도의 논리적 근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택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신규 주택시장에서 거래방식을 제도화하는 것에 대한 규제차원에서의 타당성은 논외로 간주한다 하더라도 과연 주택후분양제도의 도입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택건설에 소요되는 재원조달의 부담과 더불어 완공 이후에 가시화될 수 있는 미분양 위험의 부담을 주택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재분배하는 문제와 직결되며 현재의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주체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ABSㆍMBSㆍREITs 등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 유동화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국내 부동산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으며 부동산 금융의 발전기반이 점진적으로 구축되는 과정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은행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관리의 측면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금융상품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파트 경기의 호황과 더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선분양의 거래관행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신규 주택의 거래방식이 후분양으로 바뀔 경우 금융권의 관심은 크게 저하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ㆍ11 테러 이후 내수경기의 진작방안으로 제기됐던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법(PFV)을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신용위험과 사업위험의 분리를 목적으로 프로젝트 단위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안됐고 이를 위해 다양한 금융 및 세제지원 혜택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PFV의 자금조달 및 사업구조는 신규 부동산 개발사업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따라서 금융권에 적극적인 유인동기를 부여하지 않고는 주택후분양제도 도입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택건설업계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선분양방식이 이제는 ''제도화''라는 또 다른 규제 속에서 후분양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시행착오가 따를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주택건설업계와 금융권 등 주요 시장참여자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