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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교통세 특별회계 거듭나야 

보도일자 2001-09-11

보도기관 financial

얼마 전 우리 나라의 물류비용 통계가 발표됐다. 국가물류비가 총 79조원으로 GDP의 1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높은 물류비의 원인으로 줄어들지 않는 운송비가 지목되고 있다. 교통시설에 대한 꾸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앞질러 가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부족한 교통시설 확충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세를 지난 94년에 도입했다.교통세를 재원으로 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금년까지 총 71.6조원이 투자됐다. 교통재원 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은 15.6%로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4년 9.5%에서 지난해에는 13.3%로 증가했다. 어렵사리 목적세까지 신설, 투자를 확대했으나 교통흐름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초부터 목적세에 부정적이었던 재정경제부가 올해 정기국회에 ‘교통세폐지법률안’을 상정키로 결정했다고 한다.교통세 도입에 찬성했던 교통 전문가들조차 존치에 등을 돌리고 있다.

특별회계를 통한 칸막이식 재원 배분, 과다한 투자계획과 이에 기초한 교통시설간의 무리한 투자경쟁,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 우선순위 등에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공감이 가는 지적사항들이다. 그러나 이런 운영상의 비효율 때문에 교통세가 폐지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므로 정부가 예측 가능한 재원 범위안에서 교통시설간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기에 계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또한 교통시설은 이용자 비용부담 원칙의 적용이 가능한 공공재다. 시설의 수혜자들에게 제한적으로나마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통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외국에서도 교통시설의 확충과 정비를 위해 교통세와 특별회계를 운영하는 예가 많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은 50년대부터 휘발유세, 중량세, 등록세 등을 특별회계로 관리하여 중앙정부의 고속도로 및 국도 건설·관리에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회계는 용도에 있어서 대중교통 수단, 안전개선사업 등으로 확대되고 관리방식이 개선되는 등의 변화를 거치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많은 EU 국가들도 교통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특별회계는 중요한 정책수단이 아니고 지역단위에서의 특별회계만 존재한다. 이와 같이 교통세와 특별회계의 유무는 인프라 공급현황, 거시경제 목표, 역사 변천등에 따라 국가마다 다르다

월드뱅크에선 개도국에 대한 정책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교통세와 이에 기반을 둔 특별회계의 효율성에 대해 검토를 행해왔다. 과거에는 예산배분의 비효율성과 경직성을 이유로 목적세와 특별회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성공적인 기금운영 사례를 감안, 입장을 바꾸고 있다. 목적세의 원천적인 문제점이 비효율적인 관리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한 이용자 부담원칙에 기초한 시장지향적 기금에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차세대 기금의 성공사례가 많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교통세와 특별회계도 관리방법에 있어서 차세대 기금의 예를 본받아 개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리와 집행의 분리, 투자 우선순위 분석에 입각한 기금의 합리적 운영, 견제와 균형을 위한 회계감사, 단순한 세수구조, 징수기능의 외부화 등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목적세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특별회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 시설을 구비하는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은 부족한 교통인프라 구축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교통세 운영상의 문제점을 들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앞으로 교통세의 존폐에 관한 논의보다 특별회계 운영방식의 개선을 구체화하는데 논쟁의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