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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제 2 중동특수

보도일자 2003-05-09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이라크 전후 복구 공사에 대한 논의가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약 250억~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후 복구사업을 둘러싸고 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1970년대 중동 봄을 기억하는 우리 건설업체들에도 역시 이라크 복구공사는 제 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로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해 그간 하위권에서 맴돌던 건설주가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이라는 오랜만에 만난 호재로 급등, 선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이라크 복구공사가 우리의 기대처럼 중동특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중동특수로 이어진다면 언제쯤 가시화될 것인가.

전반적인 상황에 비춰볼때,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회의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것 같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무엇보다 중동지역에서 쌓아온 경험과 그에 따르는 인맥과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중동지역은 70년대 이래 국내 건설업체들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지역이다. 일례로 미국의 건설전문지인 ENR가 집계한 2001년도 매출실적 통계에 따르면 중동지역에서의 점유율은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그리스에 이어 5위다.

그러나 중동특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라크 복구공사는 미국과 영국업체들에 의해 거의 독식될 것이고, 특히 초기 복구공사가 미국의 자금으로 실시될 경우 미국기업들의 독점은 자명하다. 또한 민생 안정을 위한 건축 및 토목공사가 대부분을 차지할 초기 복구공사에 이들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기도 그리 용이하지 않아 보인다.

전후 이라크의 내부 상황 또한 중동 특수에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을 경계하도록 만들고 있다. 실질적인 재건사업은 재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이라크내 종파간 갈등과 불확실한 정치일정등도 순조로운 경제 재건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복구공사를 위해 요구되는 대규모의 자금조달을 위한 국제금융기관들의 참여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물론 이라크 복구공사가 우리 건설업체들에 기회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기회가 기대를 넘어 성과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요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의 보다 다각덕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이라크 복구공사는 모든 국가가 국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상을 띠고 있으므로 개별기업의 노력을 넘어 정부의 정치력과 외교력의 발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간 해외건설이 침체될 때마다 정부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지원은 대부분 구호성에 그치고 말았다. 업체들에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지원은 언제나 이러저러한 구실로 실현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제 이라크 복구공사와 관련해 정부는 이라크 진출업체들에 수출금융과 수출보험을 지원하고, 이라킁에 대외경제 협력기금(EDCF)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라크 복구공사에 대한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에 부응해 이번만큼은 이런 지원방안들이 실효성있게 시행되어 중동특수라는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