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새 정부 건설정책, 방향성 있는가?

보도일자 2003-07-18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제시되었던 국정과제의 추진이 금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새 정부는 한편에서는 재건축시장을 비롯한 주택·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신도시 개발 및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등과 같이 건설공사 물량의 확대나 축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양산과 더불어, 다른 한편에서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와 실적공사비 적산제 도입 같은 정책도 금년 하반기 내지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금년 상반기에만 하더라도 수많은 건설정책이 발표되었지만, 그 방향성이 무엇인 지를 알기 어렵다. 예컨대, 주택·부동산 정책만 하더라도 한편에서는 규제강화를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꾸만 김포·파주 신도시 개발과 같은 개발호재를 양산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집값·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턴키·대안입찰제도의 활성화나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차원에서 지역제한입찰 대상공사를 확대하겠다든가 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통하여 마치 건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건설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혼란은 새 정부에서 건설산업을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책적 목적의 달성을 위한 부차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건설산업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명시적인 ‘건설산업정책''의 부재를 초래하게 된 배경은 아마도 부실공사나 부정·부패와 같은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도 연관된다. 그러다 보니 새 정부에서는 건설업계의 정당한 요구보다도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의 주장에 더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설업계는 건설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주로 SOC를 비롯한 공공공사 물량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주택·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대한 원인제공자가 건설업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정작 주택·부동산 규제의 강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저 새로운 규제의 적용 시점 이전에 사업추진을 하자는 식의 ‘회피전략''을 택하다 보니 상반기중에 민간공사 수주실적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만약 건설업계가 요청한 대로 공공공사 물량이 금년 하반기 이후에 늘어난다면, 건설업계는 좋아해야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최저가 낙찰제가 확대되면, 공공공사 발주물량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낮은 낙찰률로 인하여 수주실적은 더 줄어들고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내년부터 실적공사비 적산제 도입으로 공사예정가격의 본격적인 현실화가 추진된다면, 최저가 낙찰제 도입과 함께 건설업체의 수익성은 더욱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민간투자사업의 경우도 운영수입 보장기간과 보장수준 등의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2003년도 민간투자사업계획''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실적공사비 적산제 도입,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지원축소 등이 시행된다면, 건설업계는 공공 도급공사나 민간투자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공공공사 물량이 늘어나 수주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수익성은 더욱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육성 차원에서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 현행과 같은 적격심사제도를 계속 유지할 경우, 공공공사 물량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paper company와 같은 무자격 부실건설업체 수의 증가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금년 상반기중 국무조정실의 건설공사 현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도급공사의 전매나 일괄하도급 등 불법하도급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비록 작년보다는 수주실적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금년에도 일반건설업체의 수주실적은 8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직후와 같은 공사물량의 절대적인 부족 상황에서 탈피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건설산업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건설산업의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설보증·보험제도, 국가계약제도, 감리·감독제도 등의 총체적인 개편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이같은 작업이야말로 새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기대했던 일이기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