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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부동산, 보다 근본대책 절실

보도일자 2003-10-30

보도기관 조선일보

예고되었던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발표 이전부터 이미 도입 가능한 대책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와서일까, 대책의 내용 중 특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대책 외에 후속대책의 내용을 미리 언급,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를 시장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일단 이번 대책으로 당분간 주택가격의 추가 상승세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금까지 나온 많은 대책들로 시장 곳곳이 포위된 상태다. 거기다가 이번 대책은 수요·거래·공급은 물론, 금융 및 대체 투자처 등 부동산 시장 주변의 모든 여건을 감안하고 있어 사실상 더 이상의 추가대책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식 발표 자료 이외에 주택거래 신고제 등 아직 시행내용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추가대책이 일부 보도되고 있어 시장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정책의 불확실성이 가격 조정을 자꾸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2년여 동안 수많은 대책은 대개 한두 달의 약효로 끝났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처 체감되기 전에 또 다른 정책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였다. 이미 재건축 사업은 달라진 제도하에서는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

굳이 개발이익 환수제도에 재건축을 끼워 넣지 않더라도 기존의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 ‘아파트지구 기본계획’을 통해 사업이익을 공공화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관련 세제도 그렇다. 이미 세부담 강화에 대한 정책사인이 계속 있어 왔다. 그러나 양도세율을 100%로 강화한들 양도소득에 대한 성실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불법 증여를 통해 주택 양도세를 피할 편법도 있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의 추진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서민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임대주택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그린벨트 지역 내 임대주택공급이 사실상 중단 상태이다.

추가 신도시 개발계획과 함께 수도권에 연간 30만호씩 10년 동안 3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재건축이 원천적으로 어렵고, 민간의 준농림지 개발이 중단된 상태에서 단기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이 내년이면 후보지가 확정되는데 향후 10년 동안 계속해 수도권에 대량의 주택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난센스다.

주택시장은 이제 응급조치가 아닌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향후의 추가대책이 토지공개념 등의 새로운 강경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각각의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작동되게끔 하는 정책 운영(management), 세부적인 내용을 아우르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성을 갖는 실행계획(action plan)이 필요하다.

이번 대책의 준비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주택시장을 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다. 금리, 교육문제, 수급불균형, 투기세력 등 해당 부처마다 원인에 대한 진단도 제각각이다. 심지어는 국민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치유에 한계가 있다.

또한 부동산의 공개념을 확대하고 과다보유를 억제하는 것을 통해 기존의 ‘보유’와 ‘투기’ 개념에서 ‘거주’와 ‘투자’ 개념으로 바뀌어야 하는 일종의 사회 인식변화도 요구된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에서 올바른 시장기능을 정착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물론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죄악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부동산에 적절한 투자는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