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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중동건설시장 신패러다임(하)

보도일자 2003-12-29

보도기관 일간건설

◇왜 해외건설시장이어야 하나

한국건설산업이 해외건설시장을 외면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극히 단순하다. 포기할 수 없다. 답이 명확한 만큼 이유도 간단하다.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국건설산업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이 해외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예시해보자. 첫째는 한국건설산업이 가진 여력이다. 건설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의해 시장과 경쟁력이 좌우된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내수 시장만으로는 2010년에 이르러서는 약 10만명 이상의 고급 기술자들이 남아돌게 된다. 내수 시장은 더구나 현재 대학을 졸업하는 건설관련 학과 취업대상자들을 소화할 능력도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 규모다. 따라서 시장을 밖에서 찾아 기술의 수요처를 찾아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둘째는 대기업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대체시장이다. 매출액의 70% 정도를 내수 민간건축시장이 점유하고 있는 반면 이 시장의 축소는 결국 대기업군이 대체시장을 찾아내야 하는 데 국내 시장만으로는 도저히 이 시장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셋째는 국내 건설산업이 가진 해외시장에서의 검증된 기술과 기동성에 대한 역량이다. 해외건설공사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람과 장비의 이동인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 건설기업들이 중동시장에서 가진 이동성과 기동성은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과거 국내 기업들이 기념비적인 공사 실적을 가진 건 해외시장에서 한국건설이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넷째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정부, 민간기업, 국민 등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이 호황이었거나 혹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일 때는 해외시장에 대한 위험부담 때문에 선택시장으로 보는 경향이 높았지만 지금은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 어느때 보다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필요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협력과 지원을 끌어내기가 용이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건설시장이 우리나라 건설산업에게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시장의 환경변화에 대한 인식이 극히 낮은 편이다. 2000년도 이후부터 해외건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을 보면 우리에게 비교적 낮선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 기업들이 갑자기 부상한 건 아니다. 단기간내 많은 기업들을 인수·합병해 변신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모기업의 국적이 별 의미가 없어졌고  일종의 지주회사 개념의 모기업이 탄생하게 됐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의 거대 기업화는 발주자들이 요구하는 일괄서비스(One Stop Service)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과거와 달리 발주자들은 금융과 함께 사업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째로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이에 대응책은 만능해결사로 가야 하는데 단기간내 이 역량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능력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방법과 개별 프로젝트별 파트너관계를 맺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70년대와 80년대 중동건설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초대형 사업들을 수주한 사례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유형의 사업들이 거의 사라졌다. 주요 발주자들의 선호도가 일괄서비스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감에 따라 과거와 달리 발주단위가 커지고 있다.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업단위로 대규모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게 거의 일반적이다. 수주에 참여하는 기업 역시 단일 사업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하도급이 아닌 책임을 분담하는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환경 변화는 국내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선 상품을 선정한 후 시장을 봐야 하며 다음은 그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기업을 찾아내 이 회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발주자와의 협상보다 경쟁자와 우선 협상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

과거와 달리 해외건설시장 진출 확대는 기업의 역량보다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정책이 경쟁력을 지배하는 영향력이 커져 있다.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시장은 현재 이라크 정부보다 미국이나 영국의 입김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입김은 미국의 경우 의회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대외협력기금과 보증 등에 대한 영향력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 과거 우리가 해외시장 진출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편 경